마 중 물 ㅡ 정여송
마 중 물 / 정 여 송 여기 있었네그려. 이런 산골로 들어오니 만날 수 있구먼. 얼마 만인가. 근 사십년 만이 아닌가 싶네. 그러고 보니 우린 죽마고우일세. 내가 초등학교라는 데를 막 들어갔을 때 말이야, 그 시절에 자네는 신식이란 바람을 몰고 왔어. 어린 눈으로 처음 봤을 때 괴물이라고 생각했지. 사람 형상을 했으면서도 머리가 없고, 반기듯 양팔을 벌렸지만 짝짝이 팔을 가졌고, 한 다리로 서있는 것이 볼썽사나웠다네. 야트막한 판자 지붕 밑에 혼자 있는 모습은 왜그리 측은해 보이던지. 선생님이 자네를 가리키며 '펌푸우물' 하던 생각이 생생하구먼. 차츰, 어느 동네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지. 자네는 젊은 아낙이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물긷는 힘을 덜어주었어. 퍽 좋아들 하셨다네. 마음을 들어내지 않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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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25.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