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행(畵中行) / 여 승 동
화중행(畵中行) / 여 승 동 그림을 그리다가, 그림 속을 거닐다가, 그림 속으로 잠이 든다. 풍경 속에 한 그림이 있고, 한 그림 속에 풍경이 있다. 세상은 언제나 그림 속의 그림이자 풍경 속의 풍경이다. 어느 것이 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그림 속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헤어나지 못한다. 그림 속에 있음에도 그것이 그림인지 풍경인지 알지 못하니, 그림 속에서 일어나, 밥 먹고, 일하고, 잠이 드는 것이 그림인 줄을 꿈에도 깨닫지 못한다. 그뿐이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이 와도 우리는 여전히 그림 속에서 꽃을 보고, 꽃을 키우고, 꽃이 지는 저녁을 맞이한다. 저녁 식탁에는 과일이며, 채소들이며, 잘 구워진 생선이며, 싱싱하고, 따사롭고, 고소한 냄새들이 그림처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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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