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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행복, 그 모두가 사랑 ㅡ 김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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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명화 2010. 11. 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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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와 행복, 그 모두가 사랑

                                                                                    김홍신

 

 참 곱고 아름다운 여성 피아니스트가 어느날 버스에서 내리다 옷자락이 버스의 문에 끼어 닫힌 채 한참을 끌려가는 사고로 오른 손을 심하게 다친 이후로 피아노 건반을 경쾌하게 두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가 내 수필집 <인생사용설명서>를 읽고 몇 년 동안 도저히 잊을 수 없었던 그 버스기사를 용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버스기사를 용서하는 순간 그대는 천사가 되었습니다. 천사가 우리들 곁에 있으니 내가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 중에 옥시토신이 있다. 출산할 때 어머니가 그 모진 통증을 견디는 것은 옥시토신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모성본능이 작용할 때마다 증가되는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옥시토신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상처를 빨리 낫게 하며 혈압을 줄여주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어머니가 아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면 아픈게 가시는 것도 옥시토신이라고 한다. 어루만져주기만 해도 옥시토신이 20% 급증한다니 참 신비한 것 같다.

 그런데 사랑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나 도파민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고 한다. 평생 사그라들지 않고 쉼 없이 펑펑 쏟아지게 할 수는 없을까? 인간의 마음은 왜 그리 변덕스러운 걸까?

 그러다가 문득 세상에는 사랑할 게 무수히 널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 해, 달, 별, 구름, 바람, 눈과 빗방울, 산, 강, 바다, 새, 꽃, 나무, 풀, 낙엽, 노래, 젖물린 어머니의 다사로운 눈빛과 아이의 행복한 옹알이,가슴 덥히는 싯귀 한 소절, 참 근사한 소설 한 편, 흔히 묻어나는 수필, 목마를 때 한모금의 시리도록 찬 샘물, 고통 받는 이들을 보살피는 TV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전화 한통 걸면 2천원이 빠져나갈 때, 그리고 화면 속에 모금액의 숫자가 멈추지 않고 올라갈 때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나열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내 책을 읽고 단 한사람의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워졌다면 단 한 권만 팔려도 한없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 모두가 사랑이고 그 모두가 옥시토신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