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카페로 가자 / 윤 재 천
거기로 가자 우리
마음이 울적 하거나
그리운 사람 생각 날 때면
우리 모두 거기로 가자
삐꺽 거리는 통나무 문이
언제나 열려 있고
목관악기의 장중한 선율이
흐르는 벽면에는 고갱의
그림이 걸려 원초의 심혼을
일깨워 주는 거기
구름카페로 가자
우수 보다 더 진한
한잔의 커피로 사랑과
우정의 마른 목 추기며
우리들 마지막 낭만과
만날 수 있는 거기
구름카페로 가자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남자.
그것도 다크블루나 모노톤블루가 아니면 아이스블루 계통의 것을 즐겨 입는 남자. 거무스레하게 번지는 미소가 한결 더 정다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 나이답잖게 언제나 캐주얼차림이지만 수더분해 보이는 인상이 친근감을 한층더 하게 하는 남자 윤재천.
그와 내가 만난 햇수는 그닥 길지는 않다.
약 십 년, 그렇다 십 년 정도,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십년지기 하는 말도 있고 보면 결코 짧지않은 세월이다. 그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트레이드 마크처럼 조개비모자, 이른바 도리우찌모자(일본말 명칭인데 일명 헌팅캡이라고도하는데 나는 이를 조개비모자로 고쳐 부른다)가 얹혀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이 도리우찌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런 류의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과 마주치기만 해도 마뜩찮아 고개를 돌렸었다.
이런 까닭은 지금은 기억하기조차 싫은 일제 때의 일이다. 당시 일본경찰의 악명 높던 고등계 형사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이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애국지사들을 탄압하고 갖은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나쁜 인상 떄문이었던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재천 그가 도리우찌를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날 때면 어딘지 모르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히 뜯어 볼라치면 그의 멋은 바로 이 조개비모자 자체에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이로부터 내 마음 한 구석 굳게 각인 되어 있던 도리우찌에 대한 나의 거부반응도 차츰 히석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청바지에 조개비모자를 받쳐 써서 너무 잘 어울리는 그의 개성 있는 격조 떄문이었던 것이다.
윤재천 그는 멋쟁이다.
용모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렇고, 그의 생각 그의 행동거지 그의 글에서도 우리는 어떤 멋스러움을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의 고희라는 나이도 잊은 채 구름카페를 열어 놓고 정인을 기다리며 친구를 불러 들여 인생사와 문학을 논하다가 밤을 하얗게 지샐 줄 아는 지극히 낭만적인 사람이다.
때문에 나는 그를 우리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 부른다.
그는 마치 수필문학을 위해 이 세상 태어난 사람만 같다.
고희를 맞는 그지만 그에게 누군가가 지금 당장 수필을 버리라 하면 그는 곧 미쳐버리거나 성급한 나머지 죽음마저 마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오로지 수필문학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에게 수필은 본격문학이 아니라고 지적한다면 수필을 잡문성으로 보는 안목에는 침을 뱉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필은 삶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이를 생명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설사 그 삶이 독자에게 귀감이 될 유별난 것은 아닐지라도 수필은 시나 소설 또는 희곡 못지 않게 삶의 경륜과 본질에서 빛어 낸 결정체이기에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수필문학 이론의 핵인 까닭이다.
노익장이라는 말은 바로 오늘의 그를 두고 이르는 말인 것 같다.
그를 어느 누가 70세 고령의 할아버지로 보랴!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수필문학 외길에만 헌신해 온 그의 모습은 너무나 진지하고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오늘도 그는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보다 색다른 면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인생은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수필문학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윤재천, 그는 진정 우리 시대의 마지막 남은 한사람 로맨티스트.
사명감으로 글을 썼고 열정 하나로 시간을 메우며 오늘을 열어 온 그의 수필 인생 70년, 우리는 찬사를 아끼지 말자! 그리고 뜨거운 격려와 경하의 박수를 서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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