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인문학 / 양 창 식 삶은 계획 위에 세워진다. 우리는 미래를 설계하고, 하루를 분 단위로 나누며,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걷는다. 계획은 삶을 질서 있게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세월을 돌아보면, 내 인생의 결을 바꾼 순간은 정작 그런 계획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다가온 장면, 불시에 찾아온 사건, 이름 붙이기조차 애매한 우연의 순간들이 내 삶을 돌려세웠다. 우연은 무질서의 이름을 달고 오지만, 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질서일지 모른다. 얼마 전, 그 질서가 나를 불러세웠다. 늦은 오후였다. 붉게 저무는 햇살이 도로 위를 덮고 있었다. 차창 너머의 건물들은 노을 속으로 서서히 녹아들고, 공기 속에는 하루의 피로가 부유했다. 나는 피곤을 달래려 무심코 라디오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