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른다 / 조 재 은 긴 시간 마주하고 살아온 그는 내게 초록빛이었다. 익숙한 실루엣과 빛깔을 보여 주던 그가 설핏한 저녁노을을 등지고 선 그날,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어선지, 해풍에 내 눈이 맑아져서인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그를 향해 걸어가며, 짧은 거리는 멀게 느껴졌고 낯선 모습은 가슴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켰다. 더운 여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숲 같고, 걷기 힘든 자갈길의 잔디 같아서 초록으로만 알았던 그에게서 수많은 색이 보였다. 바다 앞에 선 두 사람은 각자에게서 ‘타인’이란 그림자를 보았다. 그는 알고 있을까.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세 스푼씩 넣어 커피를 죽처럼 먹던 내가 요즘 혀가 아리도록 진한 불랙커피를 마시는 까닭을, 새벽 3시 물컵에다 포도주를 넘치도록 부어 단숨에 마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