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복숭아뼈 / 류 한 석 물기운이 닿자, 연분홍 뺨에 잔뜩 돋아 있던 솜털이 물결을 타고 눕는다. 손아귀에 쥐어진 둥근 표면은 아슬아슬하게 물렁하다. 흐르는 수돗물 아래서 과육을 쓰다듬다 그만 엄지손가락에 힘이 잘못 실리고 만다. 툭, 하는 미세한 파열음은 들리지 않았으나, 손끝의 감각은 이미 얇은 껍질 아래 조직이 무너져 내렸음을 감지한다. 어긋난 힘의 방향이 달콤한 살점에 기어이 반달 모양의 멍을 밀어 넣었다. 제 몸을 보호할 단단한 외투 하나 두르지 못한 생명은 찰나의 압력 앞에서도 속수무책으로 핏줄을 터뜨린다. 허물어진 자리 위로 맑고 투명한 진물이 배어 나온다. 입안으로 흘러드는 과즙은 상처 깊이와 무관하게 뭉클하도록 달다. 접시에 저며놓은 과육을 바라보다 문득 시선이 바닥을 딛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