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 / 김 태 길 어린 시절을 보냈던 외가 사랑방에는 바둑판이 있었다. 어른들이 두는 것을 어깨 너머로 구경하다가 동무들과 장난 바둑을 두기도 하여 바둑의 초보적 기초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 그러다가 말았을 뿐, 바둑에 몰두한 적은 없다. 교수 생활을 하게 된 뒤에도 동료들이 바둑 두는 것을 옆에서 관전한 적은 더러 있다. 그럴 때면 "김 선생의 바둑은 몇 급이요?" 하고 묻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언젠가 '문리대 교수 친선 바둑 대회'에 9급으로 나갔다가 1회전에서 나가떨어진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바둑이나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을 '기사(棋士)'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기사' 행세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원이 인정하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