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의 쓸모 / 이 규 석
쓸모없음의 쓸모 / 이 규 석잡초와 전투를 벌이기 위해 나는 주말마다 고향으로 달려간다.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잡초의 계절인가, 이를 증명하려는 듯 대문을 열자마자 기세등등한 잡초들이 안기듯 달려든다. 하지만 텃밭 채소들을 비실거리게 만든 잡초가 여간 밉살스러운 게 아니다. 장맛비 잠시 그친 사이 겉 자란 풀밭으로 뛰쳐나가 선무당 칼춤 추듯 낫을 휘두르자 목이 날아가고 허리가 잘린 잡초들이 초록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개선장군처럼 돌아서지만, 잡초들은 금세 되살아난다. 이긴 것이 아니었다. 끝난 것도 아니었다. 뽑고 또 뽑고, 자르고 또 잘라도 끝없이 살아나는 잡초는 기어이 내 마음조차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망초, 명아주, 엉겅퀴, 쑥부쟁이, 냉이, 억새, 강아지풀, 며느리밑씻개 등 우리의 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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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3.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