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정상
얼음궁전
벤겐마을
정상오르는 산악열차
스위스 기행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인천공항에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가야하는 먼 여정의 서유럽여행은 시차와 음식 때문에 고생스러웠어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 방대한 유적지와 유물, 박물관, 시가지풍경, 각양각색의 사람들 모습이 아시아의 지역과는 사뭇 다른 문화다. 도시 중심가도 수 백 년은 넘었을 것만 같은 복고풍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주택 역시 상가 위층으로 비좁은 골목에 소형승용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다. 부의 상징인 양 넓은 평수의 고층 아파트에 대형차를 선호하는 한국의 정서와는 달리 검소해 보인다.
여행자의 로망이라고 말한다는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알프스산맥 융프라우요흐. 언젠가는 꼭 한 번 다녀오리라 계획했던 곳이었다. 프랑스 파리 리용 역에서 떼제베(T.G.V)를 타고 국경을 넘어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제네바는 각종 국제기구들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계시던 곳이지만 일정상 지나쳐갔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동안 차창에 스치는 브리엔츠 에매랄드빛 호수가 햇볕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나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소들이 풀을 뜯는다. 우리의 황소나 검은 얼룩소와는 다르게 하얀 소여서 양떼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목장의 풍경이다. 거리마다 노천카페에서 음식을 놓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와인 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드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우리 일행도 스위스의 전통음식인 퐁뒤(끊는 기름에 꼬치로 끼운 생고기 조각을 익혀서 여러 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의 식사를 하였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가이드의 안내로 시계 매장에 들어선 관광객들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명품시계를 기념으로 사야한다고 야단들이니 명품이 무엇이기에 거금의 외화를 낭비하는지 모를 일이다.
목적지인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 다시 기차를 타고 알프스 산줄기를 따라 들어갈수록 집이나 건물이 산중턱에 위치해 있다. 삼각지붕의 통나무집인 전통가옥들로 목가적 풍경이 영화 속의 장면을 연상케 한다. 순간 예전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보았던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열연했던 마리아(쥬리엔드류스 분)와 여섯 아이들이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의 요들송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늦은 오후 도착한 벤겐마을. 굽이굽이 협곡을 끼고 들어 온 깊은 산속에 폭 안긴 것 같은 평화로운 마을이다. 회색빛 어둠이 내리고 라우터브르넨 계곡의 산꼭대기 여기저기서 흘러내리는 장엄한 폭포소리의 여운이 속세가 아닌 듯 참으로 신비롭다. 호텔의 숙소 또한 귀족들이 생활했을 것만 같은 침실의 커튼과 복고풍가구와 집기들의 고급스러움이 중세유럽인들의 생활상이 엿보인다.
이 밤이 지나면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거리로 나와 보니 여행객들이 가로등 불빛 속을 거닐기도 하고, 멋진 분위기의 와인 바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담소를 즐기는 모습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고조되는 여행지에서의 설레는 마음에 잠 못 이룬 이국에서의 밤이 아니었던가. 이튿날 새벽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여니 확 폐부로 스며드는 시리도록 맑고 신선한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마을주변 알프스 산 능선의 기암괴석들은 또 얼마나 수려하던지. 오락가락하는 구름안개에 가려져 일출의 광경은 볼 수 없었으나 여행객들이 산책로를 걷는 여유로운 모습은 동서양이 따로 없나보다. 우리 내외도 걸으며 심호흡으로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였다.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융프라흐요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발 4,158m고지다. 거친 산세에 비해 여인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봉우리라니! 젊은 처녀의 어깨라고도 하고 혹은 둔부를 뜻하기도 한단다.
종착지를 향해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산악열차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오르는 동안 마치 천국행 열차를 탄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슬아슬하여도 푸른 초원에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청초하다. 강열한 햇볕이 내려 쪼이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찬바람이 휘몰아치기도 하는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기후였다.
드디어 도착한 융프라우요흐. 정거장 로비에서 터널 속으로 걸어가 유럽 최대의 알레치 빙하30m 아래에 만든 얼음동굴(일명 얼음궁전)로 들어서게 된다. 영하 2도의 동굴 내부는 아치모양의 천장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고 얼음궁전을 만든 사람의 형상과 야생동물 모양의 얼음조각들이 신비로운 불빛에 어우러져 환상을 자아낸다.
관람 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핑크스전망대에 올랐다.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하얀 세상이 눈부시다. 운무위로 올라온 알프스영봉은 파란 하늘과 맞닿을 듯하고, 가까이에서 대하는 웅장한 만년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 이 대자연의 신비를 어찌 말로 표현 할 수가 있으리……
바람이 너무 거세어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지만 모두 뛰어나가 눈을 밟으며 눈 속에 누워보기도 하고, 만세를 부르며 기념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핑크스 전망대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아주 느린 속도로 360도 회전한다는데 관광안내소와 우체국 레스토랑도 있다. "코리아 컵라면 원더풀"을 연발하는 유럽인들의 말에 우리도 먹다가 일행을 놓쳐 우왕좌왕 하였지만 컵라면이 그리 맛있는 줄을 타국에서야 알았다.
설경에 매료되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려하니 못내 아쉬웠다. 누군가 융프라우요흐에 오르지 않고는 스위스를 말하지 말라하더니 그토록 선망하였던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여행은 내 인생에 영원히 잊어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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