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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기행 / 장 난 순

일상에서

by 장대명화 2024. 8. 1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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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기행 / 장 난 순

 

평창으로 간다.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때는 더 넓은 세상을 두루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뒤질세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으로 내 존재가치를 찾아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옆 지기와 오붓하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맛난 것 섭취하며 여정을 이어가면 되지 싶다. 우리부부는 한 달 걸러 육칠 월의 생일이다. 하여 해마다 생일을 핑계로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이 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숙소를 정해놓고 주변의 명소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동해바다

강릉경포대다. 동해바다는 유난히 파랗고 청량하다. 끝없는 망망대해 바닷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거세게 포말을 일으킨다. 바지자락을 걷어 올리고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밀려오는 파도에 흠뻑 젖어도 마냥 즐거우니 바다를 그리워하며 내륙지방에 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걷고 또 걸었다. 온갖 해물로 차려진 점심 밥상이 동해바다의 맛이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싱싱한 바닷고기의 물회 맛이 일품이었다. 강릉에 가면 후식으로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라는 딸의 말이 생각났다. 찾아간 매장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다. 기다리다 사먹는 아이스크림은 순두부가 가미되어서일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자꾸 생각날게다. 여행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뒤로 한 체 평창 숙소로 향했다. 정상에 우뚝 솟은 알펜시아 조형물이 그 위용을 뽐낸다. 세계인들의 축제 동계올림픽 개최지답다. 호텔역시 국제적인 규모로 세련되고 깔끔하다. 마주 바라보이는 알펜시아 탑에서 발산하는 불빛마저도 찬란하다. 유심히 살펴보니 주변은 온통 식당가로 불야성을 이룬다. 젊은이에서 나이든 사람들까지 함께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은 축제의 한마당 이었다.

 

대관령

이른 아침, 조식으로 양식과 한식이 조화롭게 준비되어 입맛을 돋운다. 불현 듯 유럽여행 했던 때가 생각났다. 이탈리아에서다. 생전 처음 보는 양식이라 일행 모두 한 접시 가득 담아 놓고 식사를 하려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원주민 노부부가 많은 양을 보며 놀라는 표정으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라고 하였더니 노우스 코리아? 싸우스 코리아? 하는데 순간 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모르게 노우스코리아라고 말해버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한잔과 빵 한 조각만으로 식사를 하고 나가는 게 아닌가. 저들도 북한을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인 것일까? 노우스, 싸우스, 둘 다 우리 한민족이다. 남북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 벽을 언제나 허물게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대관령 삼양목장 관람, 셔틀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돌아가며 정상에 올랐다. 이산 저산 산봉우리마다 돌아가는 풍력기가 장관이다. 탁 트인 산야~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장엄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대한민국이 이렇게 큰 대지를 품은 나라 이 던 가? 세계지도를 놓고 보면 한 도시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면적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내 시야로 들어오는 끝없이 광활한 저 산야는 무엇이란 말인가, 할 말을 잃었다. 헌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젖소 때가 보이질 않는다. 운전기사 말이 늦은 오후라 젖소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백여 마리 정도의 양떼들만이 목장을 노닐고 있다. 목장의 규모가 거대하다. 사십 여 년 전 조성된 목장으로 최초로 나온 삼양라면의 원조 목장이란다. 군대 군대 설치되어 있는 영화촬영지에서 스카프를 휘날리며 찰칵찰칵 사진에 담는 여인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이다. 내려올 때는 산 중턱 아래 숲길을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 이름 모를 산새 소리마저도 리듬을 탄다. 심호흡을 하며 걷는 발걸음 걸음이 더없이 행복하다.

 

통일전망대 가는 길

동해안 바닷길을 따라 고성 통일전망대로 출발이다. 몇 년 전 다녀가긴 하였지만 예전의 지저분하던 바닷가 주변이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길가에 있는 샤워장이나 화장실도 깔끔하다. 이제 한국도 유럽에 못지않게 정리정돈이 잘 된 휴양지의 문화시설에 자부심마저 들었다.

속초바닷가다. 화려한 간판이 걸린 대개 집으로 들어갔다. 기념일 이라는 핑계로 큰맘 먹고 주문을 하였다. 각종 해산물이 부식으로 나온 후에 커다란 쟁반이 꽉 찰 정도로 대개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온다. "니들이 개 맛을 알아" 어느 노 탤런트의  CF의 한 자막이 생각나 더 맛나게 먹고 또다시 해변도로를 달린다. 고성군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건어물을 파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아주 오래전 몇 십 년 전이지 싶다. 통일전망대가 개방되어 앞 다투어 관광길에 나섰는데 가는 길목마다 특산품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선 가운데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굴이 햇빛에 까맣게 그을리고 긴 생머리를 꾹 묶은 젊은 아가씨가 마른 오징어를 들고 사정없이 돌리며 호객행위를 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 가던 차량을 멈추고 구경하려니 왠지 측은한 생각이 앞섰다. 먹고사는 일이 저렇게 힘든 것일까? 한창 꽃다운 나이에 외모에 치장을 할 때인데 저리도 열심히 사는 청춘의 진실을 보았다. 하여 주전부리로 몇 마리 사려던 오징어를 한축을 구매하여 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북쪽이 가까워질수록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어 긴장하며 출입신고를 마친 후, 통일전망대타워에서 참전전시물들을 관람하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금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참으로 평화롭다. 망원경으로 보는 북한 농촌 모습 또한 고즈넉하여 남북이 대치중이라는 현실이 무색하다. 6.25 전쟁 중에 태어난 우리부부는 모든 물자가 부족하여 가난 속에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서일까 만감이 교차하였다. 한때는 H구릅 대표가 소떼를 몰고 가 북한에 기증한 후, 금강산 관광 길이 열리고 남북한이 화해의 장이 펼쳐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요즘의 정세는 핵개발 운운 냉전이 감도는걸 보면 통일은 언제나 이루어지려나...

 

내려오는 길 오대산 월정사 각 전각을 참배하고 이번 여행의 한가로움이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였음을 깨닫는다. 고요한전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이른 새벽 초여름인데도 새벽공기가 서늘하다. 산속의 잘 정돈된 호텔산책로가 호젓하다. 마냥 걷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 갈 채비를 서둘렀다. 가는 길에 위치한발왕산은 해발 1450미터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로 인해 알려진 산이라 한다. 동쪽계곡에 송천이 흐르고, 남서쪽에는 봉산천이 흐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산으로 8명의 왕이 나올 기운이라 하여 발왕산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안내자의 해설을 들으며 케이블카를(30분) 타는 동안 아름다운 산야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 할 수 있었다. 살아 천 년 죽어서도 천년을 견딘다는 주목나무 군락지와 전나무 숲에 머물러 심호흡으로 심신을 가다듬었다. 대자연의 수려함에 다시 한 번 감탄 하며 떨어지지 앉는 발길을 돌렸다.

  노년의 여행은 지금 유유자적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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