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환영 인사라도 하듯, 화창한 날씨에 살랑살랑 비단결 바람이 얼굴을 간질인다. 유년시절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해맑은 표정들이 여기에 모였다. 문학기행 떠나는 어른 아이들이라고나 할까? 여행은 어느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감흥도 달라지나보다. 모처럼의 외출에 행복해 하는 작가회 회원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곳은 충북의 명소 도담삼봉이다. 한두 번 다녀 간 곳이 아니건만 다시 보아도 변함없이 수려한 산천, 일렁이는 잔물결 속에 폭 안겨있는 것처럼 우뚝 솟은 삼봉이 반갑게 맞아 준다.
남한강 줄기로 조선시대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유년시절을 지낸 곳으로 그 아름다움에 호를 삼봉이라고 지었다고 하니 옛 선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도담삼봉을 마주한 삼 사 십 명의 회원들이 환호 하는 모습이 천진난만 하다. 누군가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삼삼오오 서기도 하고, 혼자서 멋진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김치! 하트를 날리는 표정도 다양하다. 지나고 보니 남은 것은 기념으로 찍은 사진뿐이라던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한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인생사라 하는데 나도 두고두고 꺼내볼 추억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많이 담아 갈 참이다.
느림보 강물 길을 따라 데크 길을 걷는다. 한편에 우거진 나무와 숲도 함께 따라온다.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바람결에 나무향기 까지 코끝으로 전해온다.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음미하려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만 같다. 앞에 가는 회원들은 팔짱을 꼭 낀 채 걸으며 무슨 이야기를 저리도 다정하게 속삭일까? 한두 명씩 짝을 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 오고 있느냐 수신호를 보내며 배려하여주는 모습이 정답다.
스카이워크의 초현대식 건물이 웅장하다. 입구의 계단만 오르고 나면 서서히 물결이 소용돌이치듯이 돌고 돌아서 올라간다. 건강한 사람이나 노약자라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설치해 놓았다. 십여 년 전, 유럽여행 때, 영국 템스강 주변에 위치한 시청사 건물이 색다르다 하여 견학했었다. 건물에 들어서니 위층으로 가는 엘레베이터나 계단이 없다. 어떻게 5층을 올라가지? 신기했다. 건물 한가운데는 텅 빈 공간인체로 비워두고 테두리를 따라 화살표 방향으로 걸어가니 쉽게 올라 갈 수 있었다. 최신예 공법이라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의 초현대식 건물 혹은 스카이워크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조형물이다.
천천히 걷다보니 선배님 한 분이 혼자 걷는다. 서로 살갑지는 않았어도 만나면 반가운 조용하고 목소리가 소녀 같은 분이다. 함께 대화하며 걷는 발걸음이 즐거웠다. 그동안 소원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또한 작가회문학기행 때마다 도맡아서 촬영을 서슴치 않는 예쁜이 회원님까지 일행이 되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쉬엄쉬엄 오르니 전망대다. 말굽형의 만학천봉으로 일명 쓰리 핑거(세 손가락)란다. 고강도 삼중 유리를 통해 발밑에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며 기겁을 했지만 아랑곳없이 너도나도 기념촬영을 하느라 찰칵 찰칵 소리가 요란하다. 주변경관과 어우러져 멋스런 표정들이 한 컷의 사진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보는 자연경관이 참으로 수려하다.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옛 고려시대의 유물 유적들을 복원해 놓았다.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조선말기의 한옥들은 내 눈길을 끈다. 한옥을 좋아하는 나는 노년엔 시골 한적한 곳에서 한옥 집을 지어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서일까 문화재 마을이나 고택 앞을 지날 땐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쩌면 유년의 고향집을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소풍을 끝내고 귀가해야 할 시간이다.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노래하고 개임도하고 재미난 유머로 흥을 돋우었다. 비록 하루 동안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우리 작가회 회원들이 함께 정을 나누며 화합과 발전을 돈독히 할 수 있는 행복한 나들이가 아니었나 싶다. 먼 훗날에 아름다운 산천과 정다운 회원들 모습까지 사진 속에 담은 풍경들을 꺼내보며 추억으로 회상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