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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지정夫婦之情

일상에서

by 장대명화 2024. 2.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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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지정夫婦之情

 

햇볕이 따사로운 날, 눈부신 태양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따뜻한 기운을 가슴으로 담뿍 품는다. 가여운 형상으로 소파에 기대어 졸고 있는 한 남자에게 그 온기를 불어 넣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늘 건강한 사람, 아니 아프지 않을 사람으로 알았다. 고희가 지났어도 언제나 청춘인양 주말이면 50~60대들과 운동을 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젊음을 과시했다. 그뿐일까 재능기부로 검정고시 반 수학 수업봉사 활동을 비롯하여 손주들 과외수업. 이모임 저모임, 일주일이 빠듯하게 짜여 진 생활을 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일까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다말고 호흡이 가쁘다고 안절부절 못한다. 끝내 상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하여 119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했다. 일일 입원을 거듭하며 온갖 검사를 다 해보았다. 정확한 병명은 나오지 않고 불쑥불쑥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본인은 참으로 괴로운가보다.

 

‘갱년기 증후군 우울증‘ 갱년기라 하면 여성이 오십대를 전후하여 생리가 끝나며 여성호르몬 저하로 겪게 되는 시기라고 알았는데, 노년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온다는 것을 몰랐다.

갑자기 발병한 남편의 증상이 갱년기우울증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병명에 당황스럽다. 전문 담당의사와의 상담과정에서 잠재해 있던 심리적인 요인들을 고백한다. 별다른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일들이건만 나의 아둔함이었을까? 반평생 함께 살아오면서도 남편의 그러한 속내를 전혀 알지 못했었다. 남자니까 씩씩한 척, 대담한척, 건강한척 한 줄도 모르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배포 큰 반려자로 알았다니……

 

꼿꼿한 자세로 콧대를 세우던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고개를 떨군 체 내손을 꼭 잡는 야윈 손이 차갑다. 나를 붙잡아줘! 내가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줘! 애원하는 것 같은 눈빛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서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아내로서 무심했다는 자책일까? 어쩌면 구남매 막둥이로 귀하게 살다 한창 사춘기 때 모친과 사별하였으니 어머니 품속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수시로 호흡곤란 때문에 맥을 못 추는 만만치 않은 증세는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염려 놓아요.살아오면서 내게 베풀어 주었던 부부지정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가 된 것 일 테니까요.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잔소리도 하고 잘난 척도 하는 활기 넘치는 당신으로 돌아와 주시오!

 

개개인의 건강은 가족력에 의한 질환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구십대 중반의 연세로 호흡곤란 때문에 투병하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와 건강은 비례하는 것일까? 나는 언제나 청춘이라는 허세도,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자만심도,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한다. 오직 나이에 걸맞게 건강을 지키며 편안하게 살라한다. 제아무리 건강을 자신하며 체력을 뽐낸다 해도 연륜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오늘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기세를 몰아 두 손을 꼭 잡고 산책로를 걸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노라면,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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