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좋은 사람들 / 장 란 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인데도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살갑다. 그저 일상을 이야기 하며 맛난 음식 먹고 향 좋은 차를 마신 후엔 으레 영화관으로 향한다.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함께 보며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삼 십 여 년 전, 우리는 우연한 인연으로 가톨릭 신자와 불자들이 만났다. 사찰과 성당의 교리는 다르다 하여도 종교관이 같아서일까? 경전과 성서의 토론으로 왈가왈부 하지 않는다. 스스럼없이 성당에서의 미사와 행사를 이야기 하면 사찰에서의 법회와 미담을 주고받으며 소통이 잘되는 모임이다.
그 때 나이가 사오십 대에 만났으니 모임 명칭도 4.5로 명명하였다. 손에 손을 포개고 이 모습 이대로 영원히 간직하자고 파이팅을 외친지 엊그제 같건만 삼십 여 년이 흘렀다. 이제 육 칠 십대가 되었으니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어찌 막을 수 있으리. 흰머리에 주름살이 늘어간다 하여도 우리는 기죽지 않는다. 영원한 사 오 십대이니까….
회원 구성원도 다양 하다. 성악을 했던 큰 형님은 옷차림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세련되고 멋스러운 분이다. 둘째 형님은 두 아들을 명문대 출신으로 훌륭하게 키운 교과서 같이 생활하는 반듯한 분이고, 나보다 한 살 위지만 왠지 언니 대접을 깍듯이 해주고 싶은 셋째 형님은 시골 한적한 곳에서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지어 유유자적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알뜰하고 예쁜 모습이 보기 좋다. 내가 딱 그 사이에 있고, 한 살 아래인 아우님은 사진작가다. 그런데 긴 세월을 남편 병수발에 지극정성을 드렸지만 끝내 하늘나라로 보낸 큰 슬픔을 겪었다. 그 큰 슬픔을 잘 견디어 내고 사진작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씩씩한 모습이 장하다. 그리고 재봉 솜씨가 좋아 생활소품들을 만들어 선물하는 착하고 얌전한 막내아우님, 우리는 그렇게 사분사분 취미생활 하며 오순도순 평범하게 살아가는 정 많은 사람들이다.
그동안 살면서 이모임, 저모임 많은 친목모임을 하였었다. 동창모임에서부터 아이들 키우며 정보를 고환한다는 명분하에 만난 몇 몇 모임. 이웃에서 정을 나누던 동내모임 등 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헤어지게 되었고, 만날 명분이 없어지니 뿔뿔이 흩어져 소식마저도 소원하다.
한번 맺은 인연이라 하여도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날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거늘 만나지 못한다 하여 섭섭해 하거나 슬퍼할 일은 아니다. 가슴에 묻어 두고 옛 추억의 한 자락으로 그리워하며 떠올려 본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인연이 아닐까 싶다.
4.5모임, 다음 달엔 어느 장소에서 만날까, 음식은 무얼 먹을까, 커피숍은 어떤 곳이 좋을까, 영화는 어느 장르가 좋을까….
생각만 하여도 기분이 좋은 만남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 토닥이며 정 많은 만남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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