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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의 비상

일상에서

by 장대명화 2020. 1. 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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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새의 비상 / 장 란 순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맑고 청아한 소리가 신선하다. 예로부터 이른 아침 까치가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설이 있기 때문일까?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 왠지 하루가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화단에 새가 날아들기 시작했다도심 속에 새가 날아드니 신기하고 반가와 수시로 모이를 뿌려주고 과일과 물그릇을 놓아 주었다처음엔 한두 마리가 오더니 서로 연통이라도 하는 양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 순식간에 먹이를 맛있게 먹어 치우고는 어디론가 신바람 나게 날아간다새들이 모두 날아가 버리면 왠지 허전하다자식들이 성장하여 내 곁을 떠났을 때처럼 어디 한곳이 휑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나는 매일 새들을 위한 만찬을 준비한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아는 듯 잊지 않고 먹이를 찾아 날아온다. 새들도 내가 기다리는 줄 아는 모양이다콧노래를 흥얼거리듯 노래를 부르며 모여드는 것을 보면 허전했던 조각들이 하나 둘 메워지는 느낌이다.

  

 아침 시간 가족들이 출근하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다베란다 티 테이블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이 감미롭다어느 날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의 나무와 꽃들을 감상하던 중 작은 새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하는 짓이 너무나 앙증맞고 귀여워 살펴보니 콩새 두 마리가 집지을 장소를 물색하려는지 나무틈새를 기웃거리며 날아다닌다부부의 연을 맺은 한 쌍 같다

  참새목에 속하는 콩새는 겨울새로 알려져 있다길이가 18cm 정도의 작은 새로 참새와 비슷하지만 부리가 투박하고 목이 굵고 꽁지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특히 머리와 뺨에는 황금색 깃털이 멋스럽다배 부위는 수컷은 갈색이고 암컷은 잿빛이 도는 갈색이 아름답다.

  콩새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가지가 튼튼하고 잎이 무성한 산수유나무를 선택하였나보다.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자잘한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들을 물어다 집을 짓기 시작했다그리고 작은 소쿠리 모양의 둥지가 완성되었다밖은 작은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은 듯 했지만 안에는 부드러운 강아지 털과 같은 것들로 만들었다손을 대면 따뜻한 온기가 스며 나올 것 같다. 사람도 보온에 신경을 쓰며 집을 짓는데 새들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몇 날 며칠은 암수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 졌다집을 모두 지은 후 짝짓기를 하느라 요란하더니 이제는 알을 낳아 품고 있다암컷이 알을 품고 있을 때면 수컷은 온 정신을 암컷에 집중한다알을 품고 있는 암컷을 누가 귀찮게 하거나 둥지를 건드리기라도 할까봐 수시로 날아와 주변을 맴돌며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다새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애쓰는 것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만물이 생존과 번식 그리고 가족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수컷이 먹이 사냥을 제대로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새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나무 틈사이로 먹이를 뿌려주었다그러면 알을 품고 있던 어미도 잠시 내려와 먹이를 쪼아 먹고 다시 둥지로 날아간다그 모습을 보면서 새끼들이 보고 싶어졌다

  열흘 정도가 지났을까. ~~ ~~ ~~ 가녀린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힘은 없었지만 세상에 태어났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다. 살며시 들여다보니 새끼 다섯 마리가 알을 깨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아직은 털이 나지 않아 빨갛고 맨송맨송하지만 아! 신기하다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것이다이는 콩새에게만 축복이 아니라 우리 집 화단에서 새 생명이 태어난 것이므로 나에게도 경사스러운 일이 아닌가. 유난히 찍찍대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 새끼들이 배가 고파서 먹이를 달라는 소리다노란 주둥이를 내밀며 아우성이다새끼들이 보채면 어미는 어딘가에서 먹이를 잡아와 한 마리를 먹이면 또 한 마리가 머리를 내민다먹어도 배가 고픈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새끼들 때문에 아비 어미는 번갈아 가며 먹이를 물어 오느라 작은 날개가 바스러지도록 바쁘기만 하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이 생겨 어느 것을 먹였는지 구분할 수 없는데 어미 새는 똑같은 새끼들을 골고루 먹이며 키우는 것을 보니 참으로 영리한 것 같다새들도 쌍둥이를 키우는 사람과 똑같은 심성을 가진 부모마음이지 싶다.

  온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고 어미가 무언가 지시를 하는지 일어나려다 쓰러지고 일어나려다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날갯짓을 배운다. 안쓰럽긴 하여도 몸짓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 이쪽나무에서 저쪽나무로 날기 연습을 시키고 있다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몇 번을 연습하고서 드디어 성공 했는지 자유자제로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짧은 시간에 어미들은 새끼를 낳아 기르며 성장시켰다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빠른 성장인가마치 성인식을 치른 청년처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새끼들이 대견하다.

  아침부터 새들이 찍찍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푸드득 푸드득 부산스러워 밖으로 나와 보니 이리저리 날아오르는 맹연습을 하며 비상을 시도한다새끼들의 날개 짓에 힘이 들어 갈수록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순간 새들이 집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몇 바퀴를 돌더니 마치 잘 있으라고 인사라도 하듯이고마웠다고 말하는 것처럼 찍찍! 찌이익! 휘이익~~~ 큰 소리를 내며 한 마리 두 마리 날아오르더니 어미 새들을 선두로 일곱 마리가 한꺼번에 하늘 높이 비상을 했다멀리 멀리 아주 멀리 훨훨 날아가 버렸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만나면 이별은 언제나 예견되어 있는 것이지만, 화사한 봄바람과 같이 나에게로 날아와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던 새들이 떠나가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었다이래서 이별은 슬픈 것인가 보다.

  우두커니 서서 콩새들이 날아간 하늘을 한없이 쳐다본다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즐거웠고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것을 보며 내가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로 돌아가 모성애를 느꼈었다세상 모든 만물은 똑같이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간다는 것을 콩새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지금은 콩새 너희들과 이별하지만 복잡한 도심을 떠나 공기 맑고 신선한 곳에서 잘 살아라. 그리고 내년에 꼭 다시 돌아오너라콩새가 떠난 빈 둥지를 쓸쓸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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