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색, 은밀한 곳에서부터 온다 / 김 희 자 보여줄 듯 말 듯 애를 태우며 자연이 밀당을 하는 서툰 봄이다. 황토 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엉뚱한 곳에서 봄을 만났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봄처녀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싱싱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꽃은 바람이 지나가는 자연 속에만 피는 게 아니었다. 밋밋한 회색빛 벽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옛사람이 말했다. 봄을 찾는다고 동쪽으로 가지 마라. 서쪽 뜰에 매화가 이미 찬바람 속에 피어 있다고. 나는 먼 서쪽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고도 봄을 만났으니 뜻밖의 행운이다. 휘청휘청 봄처녀의 꽃향기에 취한다. 그림이 하도 신선해서 수줍음도 잠시 잊었다. 예전에는 이런 그림을 보면 낯이 뜨거워 눈을 감아버렸다. 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