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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가지 못한 시간 / 장 미 숙

장대명화 2026. 4. 1. 01:43

                             초록으로 가지 못한 시간 / 장 미 숙

 

언젠가부터 꿈은 내게 현실 외 또 다른 세계가 되었다. 일상의 많은 욕구가 꿈을 통해 실현되거나 좌절되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은 억압된 욕망이 변형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했다. 어떤 불안이나 트라우마 같은 게 보편적 전제와 다르게 응축, 왜곡을 거쳐 상징화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론에 신빙성이 있다면 밤사이 내 의식은 꽤 낯선 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 같다. 과거의 많은 이들을 만나고 때로는 악몽을 꾸다 가위에 눌린 적도 많다. 두려움과 불안이 심할 때면 여지없이 정체 모를 어둠의 형체를 맞닥뜨린다. 평온한 날은 꿈속에서도 자유롭고 현실로 돌아온 걸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건 억압된 삶 속에서 어떻게든 견뎌보고자 하는 자아의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오래된 죄책감과 상실이 꿈을 통해 해결되기도 했는데 <바람이 불었다>가 쓰인 배경이 그렇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들의 결혼은 얽힌 매듭을 풀고 다시 묶는 계기가 되었다. 마음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끼던 날, 먼저 간 사람이 연둣빛 잎으로 찾아와 내게 말을 걸었다. 물론 꿈을 통해서였다. 그건 이미지에 불과했지만 나는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바람과 연두와 초록, 그리고 그믐달과 새벽빛 모든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꿈 이미지와 현실에서 본 상황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서 글은 시작되었다.

 

나는 주로 하루를 마치고 눈을 감기 전 생각 속에 몰입할 때가 많다. 글쓰기 소재나 주제를 떠올리는 시간이 바로 잠들기 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상 마디마디를 톺아보며 의미로 남는 뭔가를 줍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의식이 수면 상태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생각이 꿈이란 망에 맺힌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날도 한 사람 생각에 몰두하다 잠이 들었고 안팎을 구분 짓는 창문을 통해 상징적인 잎을 보게 되었다. 생사의 결정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지만, 현상에 대한 해석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거실에 떨어진 잎을 흙에 묻은 건 그에 대한 애도이자 상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