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邂逅의 뒤 / 김 도 환
인연이라는 끈은 무한의 이중성을 갖게 한다.
지나온 인과성이 어떠했는가는 잊어버렸다. 앞으로 남은 삶은 또 다른 시작의 인연으로 맺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묵은 인연이 해후의 모습으로 다가온 그 반가움은 참으로 좋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음이다. 지난 과거는 나의 삶 속에서 인연을 만들었던 나날이었고, 그 사람을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은 단지 꿈일 수도 있었다.
그 만남이 뜻밖의 해후로 찾아들었다. 평생 못 만날 것 같았는데, 우연으로 시공을 넘어 만남이 찾아온 것이다. 그분과는 옛 직장에 있을 때 고객으로 만나 인연을 만들고 깊은 정을 나누었으며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이별을 하였다. 사람과의 헤어짐은 깔끔하게 해야 한다고 늘 서로 말하였다. 해후의 대화에서는 그 때의 기억과 함께 말 속에서 나를 잘 기억해주고 있었다. 만남 이후 집으로 돌아와 인연을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만남은 참으로 유별나다. 서먹하면서도 번잡스럽기도 하다. 뒤에는 숨은 이별이 있음에도 말이다. 있다가 없는 듯한 이별보다 제대로 된 이별은 더욱 그리움으로 남는다.
‘만남은 곧 이별의 예약이요,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약속’하듯 모두가 헤어진다. 그리고는 만날 기약 없는 약속을 했음에도 세월이 지나 까마득히 잊었다가 우연히 서먹하고 변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서로가 그리워하면서도 와 닿는 삶의 파도에 밀려 배반으로 인식될 수 있음에도.
어떤 이는 인연이 질기다고 말하고 악연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재연(再緣)은 곧 사람과의 만남이다.
기쁨의 만남이면 더욱 좋고, 나쁜 만남도 새롭게 갈 수 있는 대면의 기회이기도 하다.
누군들 그리움의 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며 또한 생전에 만나고 싶지 않으랴. 수많은 세월 동안 가슴에 묻고 있던 잊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반가움이야 무엇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시(詩) <저녁에>는 ‘우리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하였다. 모든 생명체는 태생부터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떠나는 존재임은 틀림없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스러지는 별똥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재연의 끈이 없으면, 우리가 아무리 원해도 만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어 서로 비추고 말뿐이다. 긴 선로가 서로 만나지 못하듯, 상사화의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불연(不緣)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곧 인생이듯, 반의와 동의가 어우러진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둘의 짝이 아닌가 싶다.
그리움의 텔레파시를 서로 허공에 날리다가 그 얽힘으로 인해 인연설을 새롭게 그린다.
삶에서 그리움의 강물로 흐르다 합수머리에서 우연하게 옛 인연을 만나 포옹하고 같이 흐르고 싶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았으니 할 말도 많으리라. 그래서 급물살 아닌 넓고 얕은 물길로 흐르다 강돌에 부딪치는 물소리를 내고 싶다. 끝없이 흐르다가 큰 바위를 만나 해후의 순간 뒤에 또다시 헤어짐의 다른 물길로 갈지라도 말이다.
“또 만납시다. 제가 전화할게요.”
그 말이 빈말이 될지라도 나는 다음을 기대해 보았다. 우리 삶이 고집성제(苦集聖諦)의 길이라 해도 우리는 만나야 하고 얼싸 안아야 한다.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는 바람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하는 기대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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