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울음소리
신혼 초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강아지와 딸아이는 마치 자매처럼 지내며 남편이 없을 때, 한밤중에 집을 지켜주는 든든한 가족으로 살았다. 그러나 만남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내 곁을 떠났고, 헤어질 때의 슬픔 때문에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노라 다짐 했었다.
어쩌면 헤어진 강아지와의 인연 때문이었을까? 딸은 성장하여 수의사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동물을 보살피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위는 동물들과 소통하며 마치 사람을 대하듯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잔잔한 감동이 온다.
어느 날 TV의 뉴스를 보고 있는데 사위가 M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사경을 헤매는 고양이의 수술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고양이가 놀이터에서 나무에 복부가 찔려진 상태로 발견되어 수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상처가 깊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상황이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고양이 몸의 상처를 볼 때 고양이가 움직이다가 부주의로 다쳤다기보다 누군가 고의로 가해를 한 것 같다하여 SNS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본 사위가 그 고양이를 살리기 위한 수술을 맡아 집도를 한 것이다.
고양이도 생명이 있는 동물이거늘 어찌 이리도 가혹 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히 사위의 정성어린 수술과 따스한 보살핌으로 고양이는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안타깝다. 어쩌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과 보호하려는 사람들 간의 갈등 때문에 생긴 희생양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말을 못하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얼마 전에도 캣맘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주인 없이 떠돌던 고양이가 거리에서 새끼를 출산한 것을 보고 편안히 살라고 집을 지어주던 평범한 주부를 향한 테러였다. 아파트 주민들 간에도 길고양이를 돌보던 주부를 미워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고양이들이 아파트로 몰려들어 울음소리가 싫어서 원인제공자인 주부를 미워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증오의 표현을 고층아파트 에서 사람을 향해 벽돌을 던졌다는 것은 살인을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볼 수 없는 게 아닌가. 벽돌을 던진 사람이 어린아이의 장난에서 비롯되었다지만 자세한 내막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부모들의 원성을 아이들이 오신하여 저질러진 것이라면 이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밤중 가냘픈 아기울음소리에 잠 못 이룰 때가 있다. 아기가 왜 저리 울까. 어디가 아픈 것일까 생각하며 가만히 들어보면 고양이 울음소리다. 우리 집 앞 화단에도 길고양이가 찾아온다. 짝을 찾는 소리인지 배가 고파 우는 소리인지 알 수는 없어도 밤새 울어대니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래도 찾아주는 손님인지라 가끔 먹이를 놓아 주면 어느새 왔다가 갔는지 먹이를 흔적도 없이 먹곤 사라졌다. 그러나 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밤이 되면 주택가로 몰려드는 길고양이들이 쓰레기통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성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배가 고파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가 안타까워 집에 데려다 보살펴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을 증오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개와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충성스런 동물이었다. 더구나 요즘은 외롭거나 정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자식이 되어주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이라 부르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를 길에서 떠돌게 만든 것도 결국 우리 사람들이지 않은가. 제대로 돌보았다면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동물이 생겨날 이유가 없다. 불쌍한 동물들을 거두어 주는 사람은 그래서 더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못하는 일을 솔선수범하여 실천하는 의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싸늘한 바람에 낙엽이 뒹구는 거리의 모습이 한층 쓸쓸해 보인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었나보다. 으스스한 한기가 몰려오면 거리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눈보라 치는 날 밤이 오면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를 어찌 견딜까. 배가 고파 산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산속동물들은 또 어쩌나. 사람들이 훼손한 자연에서 견딜 수가 없어 인간 세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일 터인데, 날씨가 점점 차가운 시간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추위가 몰려오면 올수록 내 시린 가슴만큼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동물들이 걱정이다. 금년 겨울은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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