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 정태원
여름산은 청춘입니다.
싱그러운 푸른 얼굴이 확확 열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풀꽃들이 꿈속처럼 피어있는데 밤꽃은 긴 자루를 내두르며 자지러집니다.
풀 속에 숨어 있던 빨간 산딸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세상에 예쁘기도 해라…'
아기 얼굴을 들여다보듯 한참을 앉아서 보았습니다. 수줍은 듯 이슬 머금은 모습이 참으로 오묘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산딸기 밭입니다.
산딸기 하나를 따서 입안에 넣었습니다. 새콤하고 달콤합니다. 정신없이 산딸기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금방 바구니가 빨간 보석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치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좋은 일도 못하고 허둥지둥 살아온 나에게 조물주는 너무나 많은 것을 주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커다란 유리병에 산딸기를 넣고 소주를 부어 서늘한 곳에 두었습니다. 술이 익는 동안 우리는 산딸기가 어여쁘게 자란 고향에 대해서 두고두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시원한 바람과 포로롱 날아가던 산새 이야기도 있습니다.
술이 달콤하게 익으면 친구들을 불러 산딸기 술 파티를 열겠습니다.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에 대하여, 고단하지만 우리의 성실한 삶에 대하여, 웃고 이야기하고 노래 부를 것입니다.
술을 담고 남은 산딸기에 설탕을 넣고 오래도록 정성들여 잼을 만들었습니다. 산딸기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합니다. 갑자기 우리 집이 향기 나는 요술집이 된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입니다. 나도 조금씩 향기로워지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오면 달콤한 산딸기 잼을 먹으며 산딸기 향기에 취하겠지요. 눈부신 태양과 속삭이던 나뭇잎, 흘러가던 뭉게구름의 꿈이 산딸기의 향기와 잼 속에 담겨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단번에 알아낼 것입니다.
잠시나마 푸른 숲속에 들어가 산딸기를 따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인연으로 너는 내게로 와서 이토록 가슴을 설레게 하느뇨! 산딸기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아! 아름다운 꽃피우고 열매 맺어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 울 / 김 한 성 (0) | 2011.08.10 |
---|---|
고추 하나로 찬밥 물 말아 먹기 / 이상국 (0) | 2011.07.28 |
아름다운 선물 / 이창옥 (0) | 2011.07.11 |
한 방울의 물에서도 우리는 / 김학 (0) | 2011.07.11 |
똑딱 단추 / 손정란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