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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단추 / 손정란

5매수필

by 장대명화 2011. 4. 2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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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딱 단추 / 손  정  란

 언제였던가 어머니는 “이게 나한테 작다.” 하시며 소매 끝이 나들나들한 겨울 점퍼 하나를 주셨다. 일흔 살을 넘긴 어머니는 오빠에게 물려준 조상들 제사와 해질 무렵 호박넝쿨이 줄기를 안고 올라간 석류나무에 대한 생각이 깊다. 팔뚝 도도록하게 나잇살 붙은 나는 어머니 곁에 누워 꿈을 꾼다. 희미한 낮 달을 자꾸 쳐다봤다. 지붕을 가득 덮었던 목련나무 이파리가 무성한 그늘 아래서 어머니는 내 몸에 맞도록 당신 점퍼에 똑딱단추를 달고 계셨다.

어머니는 10년 전 아버지를 떠나 보내신 뒤 많이 늙으셨다. 나는 요즘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부끄럽게도 어머니에 대해서 그다지 다르게 아는 것이 없다. 누가 나에게 어머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묻는다면 자세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어머니의 얼굴은 대강의 모습만 떠오르는데 눈과 코가 어떻게 생기고 입술이 어떤 모양인지 아주 찬찬하고 세밀하게 그려낼 수가 없다. 어머니는 삼십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머리에 검정 물을 들이신다. 다만, 염색을 할 때에 쓰는 약품이 ‘양귀비 1호’에서 ‘훼미닌 6호’로 바뀐 것 뿐이다. 

얼마 전 겨울 점퍼를 주시던 어머니는 당신 옆에서 깜박 잠이든 내게 이불을 여며주고는 손수 똑딱단추를 달아 놓으셨다. 나는 어머니의 관절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마디마디 어머니의 관절염이 맞물리는 금속성 단추처럼 똑딱,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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