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는 아마도 쇠똥을 굴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리라. 쇠똥구리는 딱정벌레목에 풍댕이과의 곤충으로 몸길이는 1.6~1.8cm정도이고, 몸빛은 검고 광택이 나며 머리방패가 넓적하고 마름모꼴에 촉각(더듬이)이 짧고 앞가슴은 크고 평평한 원형이나 미세한 점무뉘가 있다.
또한 앞다리 종아리마다 나비가 넓고 바깥쪽이 톱니모양으로 되어 있어 쇠똥을 동그랗게 다듬고 굴리기에 적합한 형체를 갖추고 있다. 쇠똥구리는 둥굴게 잘라 다듬어진 소똥을 열심히 굴려서 땅 속 굴에 저장해 놓고 이곳에서 산란하거나 애벌레의 먹이로 쓰이게 된다. 이렇게 쇠똥구리는 후세를 위해서는 모진 고통을 감내해 가며 자기의 열정을 불사른다.
쇠똥구리는 한국, 중국 동부아시아와 유럽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이후 멸종 위기의보호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렇듯 쇠똥구리는 자연생태의 변화로 이제는 동화속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아주 귀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옛날 유년시절 당시에는 농번기 농사도구라고는 대대손손이 이어오던 자급자족의소와 달구지, 가레 등 재래식 쟁기 뿐이었다. 꽃망울 터뜨리고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봄날이면 농부들의 재래식 논 밭갈이가 바빠지고, 논두렁 밭두렁, 신작로에도 소달구지들의 움직임이 분주했었다. 그러다보니 계절에 맞춰 말 못하는 소들도 쉴새도 없이 주인 호령에 순응하느라 제때 '쉬~'하거나 '응~'할 새도 없이 땀을 흘려야 했고, 아무데서나 생리적 현상의 용변 무례를 범해야 했다. 논둑이나 풀숲, 밭이랑, 신작로 등 가릴 것없이 여기저기 소들의 뭍지 마 용변의 흔적이 즐비했다. 꼬불꼬불한 시골길, 흙먼지 수북한 시골길을 따라 등교하거나 귀가길이면 수시로 펼치는 쇠똥구리들의 바쁜 향연이 꼬마들의 구경거리로 발길을 멈추게 했었다. 그 때 필자는 유달리 다른 꼬마들보다 더 쇠똥구리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었다. 암수가 함께 힘을 합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자기 체구보다 훨씬 큰 물렁하면서도 잘 부서지지 않는 동구란 쇠똥을 톱날발로 굴리는 신기한 모습에 푹 뻐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꼬마 친구들과 함께 구경하다가 때로는 등교마저도 늦어 선생님에게 벌을 받기도 하고, 하굣길에 땅거미가 어둠을 삼킨 줄도 모르고 허둥대다 귀가하여 어른들의 꾸지람을 들었던 아련한 기억들이 지금도 아지랑이처럼 떠오르고는 한다. 이렇듯 쇠똥구리의 옹골진 작품에 흥미를 담고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듯한 묘기에 배꼽을 잡고 웃었던 어린 시절의 애틋한 그리움이 칠순을 넘은 나이에도 마음 한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당시 햇빛에 까맣게 그슬린 듯 반질거리는 강건한 몸매에 쉴새없이 움직이는 열정과 끈기의 신성한 미네랄의 쇠똥구리의 향기가 이 어린 마음을 그만큼 뜨겁게 일렁이게 했었다. 그러기에 추억의 쇠똥구리가 지금까지의 나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 항상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아련한 기억으로 가물거리는 고향의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현실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소달구지 들락거리는 아늑한 시골 향취에 묻혀 다시금 쇠똥구리의 향수를 흠뻑 마시고 싶다.
값진 열매를 위한 쇠똥구리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행동은 곤충들의 본능이라 할수 하지만, 주어진 타깃을 향한 부단한 노력과 인내와 도전정신은 그야말로 우리 인간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필수조건일 성싶다.
쇠똥구리를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성인들의 말씀이 나의 뇌리에 맴돌곤 한다. 어느 성인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항상 파도가 이긴다. 그것은 파도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굳건한 인내의 힘을 강조했고, 또 어떤 성인은 "도전은 자갈밭 위로 걸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장벽에 걸쳐서 넘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라는 험난한 도전의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누구나 쇠똥구리 정신처럼 평소 스스로 끈질기고 강한 힘의 인내에다 굳건한 도전정신을 키워 간다면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예쁘게 색칠한 코발트빛 창공에 신명나는 꿈의 나라를 마음껏 펼치게 되리라.
또한 쇠똥구리의 강인한 정신은 실행도 하기 전에 핑계와 아집으로 얼룩진 나약한 고정관념들을 깨끗이 씻어버리는 소독의 기폭제가 되는 동시에 전진과 삶의 도전을 위한 행동강령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특히 쇠똥구리정신은 오만과 나태와 과욕의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균성환자들에게 경각심의 치료약이 될 것이고, 묵묵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열정과 열망을 불태우는 진실한 삶의 청량제가 될 것이다.
모름지기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쇠똥구리 정신은 오늘의 사치성과 물질의 요구를 잠재우고 근면과 성실, 봉사와 사랑을 일깨워 모범적인 가정과 사회, 나아가서는 잠재력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건전한 국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근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의 희망이자 장래의 기둥인 우리나라의 2세와 3세에 대한 올바른 근면성과 인내와 도전력을 키워주는 기초의 산교육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정부의 교육에 대한 성의 있는 배려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마땅히 뒤따라야함은 당연지사이다.
바라건데 국민들에게는 물질에 대한 지나친 과욕과 오만의 그릇된 망상에서 벗어나 오직 남을 먼저 배려하고 봉사하는 정신은 물론 굳건한 혼연일체의 바탕 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쇠똥구리의 청순한 근면의 향기가 개개인의 정신 속에 질펀히 녹아들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당권과 권력에 의한 위선과 가면을 과감히 벗어 버리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뜻있는 정치가로서 오직 국민들의 가려움을 시원스럽게 긁어주고 아품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쇠똥구리의 농익은 쌉쌀한 향기가 그들의 가슴 구석구석에 가득히 채워지기를 간절히 갈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