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상 공부 / 이 원 영
내가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2년경이었다. 당시 나는 양평역장이었다. 역장이란 관리 감독이 주 업무여서, 바쁠 때는 눈코 뜰 새 없지만 한가할 때도 있었다. 퇴직을 3년 정도 남기고 있었다. 한가한 시간이면 퇴직하고 무엇 할까 생각했다. 마침 신문에 미국에서 명상이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들이 명상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납득되지 않았다. 그들은 동적이라서 스포츠를 좋아할 것 같은데 정적인 명상을 좋아한다니, 예상외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미국 사람들이 명상을 좋아하니까 몇 년 후에 한국에도 명상 붐이 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벌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전공이 심리학이니 쉽게 익힐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명상 책을 보기 시작했다.
2013년 하반기부터 동두천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지막 임지였다. 그곳은 서울 집에서 출퇴근하기에는 멀었다. 개포동에서 동두천까지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왕복으로 하루 4시간이다. 출퇴근을 포기하고 동두천에서 살기로 했다. 다행히도 지행역에 아무도 쓰지 않는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방은 두 평 정도로 아주 작았지만,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거기에 이부자리만 들여놓고 지내기 시작했다. 여섯 시에 퇴근하면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수영을 배우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어느 날 폰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체구가 크지 않고 귀엽게 생긴 백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영어 명상 강의였다. 그 사람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것 같았다. 느릿느릿 말했다. 그 정도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어도 배우고 명상도 배우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밤마다 지행역 길갓 방에 앉아서 밖의 소음과 냄새를 견디면서 그 사람을 파고들었다.
그 사람이 잘 쓰는 명상 용어는 presence(현재)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현재를 중시한다. 삶은 지금, 여기(now here)서 진행된다. 생각이 과거에 빠지면 분노, 죄책감, 후회 등이 떠오르고, 미래에 빠지면 불안, 걱정이 나타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과거에 분노해도 소용없고,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현재이다. 현재를 살아라. 그의 주장이다.
그 시절부터 2023년까지 그 사람 에카르트 톨레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들었고, 그가 낸 책 두 권을 읽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 새로운 지구(A new earth). 이 중 ‘새로운 지구’는 10번 이상 읽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10%나 이해했으려나. 반복해서 읽으니 점차 이해가 되었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어려운 책을 반복해서 읽고, 다른 저자의 명상 책도 읽었다.
틈틈이 명상 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담마코리아에서 하는 10일짜리 수행이었다. 전북 진안에 그들의 위빳사나 명상 센터가 있다. 거기에 입교해서 새벽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루 종일 강당에서 허리를 곧곧이 세우고 앉아서 명상했다. 호흡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명상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리는 온갖 상념에 휩싸였다. 10일간 그렇게 앉아 있으니 그때까지의 내 일생을 전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명상보다는 과거를 되새김하는 시간이었다. 초보자는 집중하기 힘들었다. 나중에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 훈련에 한 스님도 참가했는데, 끝나고 하는 말이 절에서도 그렇게 심한 참선 훈련을 하지 않는단다. 아무튼 그 센터는 이론은 세속오계 정도만 이야기하고, 앉아서 좌선하는 훈련을 줄기차게 시켰다. 10일간의 면벽수행, 헛수고만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배우든지 이론에 치우치지 실행은 별로 하지 않는다. 나의 단점이다. 명상도 책으로 익히고 실제 수행은 별로 하지 않았다. 명상의 참맛은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열심히 봤다. 새로운 명상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심리학 전공이기 때문에 그 분야 책이 새로 나오면 관심을 갖는다. 새 책에는 새로운 지식이 있다. 2013년 경에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저자 약력을 보니 신문방송학과 교수였다. ‘심리학과 교수도 아니면서 저런 책을 내다니 아마 엉터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책은 샀고, 대충 읽었다. 감흥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오만했을지 모른다.
2023년에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는 책이 나왔다. 저서가 아니라 번역서였다. 당시 나는 ‘알아차림’의 확실한 의미를 찾고 있었다. 당장 책을 샀다. 알고 보니 저자가 회복탄력성 저자와 동일했다. 김주환 교수. 그때부터 나는 그의 신도가 되었다. 그는 곧이어 ‘내면소통’을 내었다. 명상 이론서이다. 거의 800페이지 두께의 책을 끙끙대며 읽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김 교수는 매주 일요일 밤, 두 시간씩 유튜브로 그 책에 대한 해설 강의 서비스를 일년 내내 해주었다. 그의 통찰, 혜안, 박학다식, 열정에 푹 빠졌다. 내가 먼저 사사했던 톨레보다 훨씬 지식이 깊다. 명상을 심리학적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학적, 양자물리학적으로도 설명한다. 그의 강의는 어떤 목사나 스님의 말보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크하르트 톨레에 약간 싫증이 날 무렵, 명상 공부의 진전이 없어 지칠 무렵, 만난 그로 인해 나의 명상 공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지금도 그는 일요일 저녁 9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나는 마음의 고요함을 찾으려고 그 시간을 기다린다.
<이원영 에세이문학 주간>
에세이문학 등단(2019)
에세이문학 주간
수필집 ‘벚꽃 날리는 날 구둔역에 가다’
고려대 심리학 박사
양평, 동두천 관리역장(201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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