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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을 깨는 삶

좋은 글. 삶의 지혜

by 장대명화 2011. 3. 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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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을 깨는 삶

 

어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자 염라대왕이 물었다.

“너는 살아서 무엇을 하였느냐?"

그 사람이 곰곰이 생각한 후 “남들처럼 정신없이 태어나 살기 위해서 열심히 먹었고, 자라서는 공부 잘하라하니 열심히 공부했고, 청년이 되어서는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직업을 가져서는 열심히 돈 벌려고 애썼고, 또 장가가려고 노력했고, 자식 낳아 훌륭히 키우려고 힘썼고 등등 누구나 하는 일을 나도 열심히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영원히 행복하게 살 줄 알고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오고만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염라대왕은 “됐다. 이제 그만 가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쓰다달단 말도 없이 더 듣지도 않는 염라대왕의 말에 겁이 덜컥 난 이 사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좋은 일을 해보겠으니 꼭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십시오”하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염라대왕은 “안된다 이놈아!~ 하고 소리쳤다. 이 사람은 다시 “염라대왕님 제가 세상에 있을 때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몰랐습니다. 돈 많이 벌고 여유가 있으면 좋은 일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모두 그대로 두고 올 줄을 알았더라면 미리 말씀을 해 주셨어야죠!” 하고 울부짖었다.

염라대왕은 다시 입을 열며 “야!~ 이놈아!!~ 내가 얼마나 많이 알려주었냐!, 네 귀밑머리가 희어질 때 너에게 알려줬지, 비가 오고 우중충하면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플 때 찔러가며 알려줬지만 너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 매년 네 얼굴에 주름살을 하나씩 주기도 하면서 내가 자주 네게 메시지를 전해주지 않았느냐! 그래도 죽을 날이 다가오는 것을 넌 몰랐단 말이냐!˝ 하고 호통을 쳤다.

이 사람은 힘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는 오래 동안 안 죽고 살줄 알았습니다. 남들이 암에 걸렸니, 죽을병에 걸렸니 해도 나만은 병도 안 걸리고 오래오래 살 줄 알았습니다. 벌어놓은 돈이 아까워 마음 놓고 써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데려오셨으니 이 억울함을 어떻해 하란 말입니까! 흑흑흑…” 이 사람은 진정 억울하고 원통해서 오래도록 울었다.

염라대왕은 한심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살만큼 살고서도 그리 억울하더냐!, 전쟁 통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수많은 젊은이들, 가뭄과 기근으로 풀죽도 한번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채 시들어버린 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그 억울함을 어떻해 풀어야 한단 말이냐?” 하고 소리쳤다.

그제야 이 사람은 천천히 자신의 모습이 비친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자신의 지난 생이 영화 속 필름처럼 아스라히 펼쳐지고 있었다. 적당히 거짓을 행하며 재산을 축적하던 일, 아내 몰래 딴 곳에서 살짝 바람을 피우는 모습,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의 대화도 귀찮아하고, 부모에게 건성으로 대했던 일 등. 이 사람은 차마 거울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참회의 눈물을 흘린 이 사람은 “참으로 저 세상에서의 삶을 너무나 헛되게 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내게 생이 주어진다면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건만, 저 아름다운 세상에서 마음껏 누리고 베풀며 살아보고 싶건만…” 뼛속 깊이 저며 오는 후회가 온 몸을 휘돌았다.

염라대왕은 말했다. “너는 오직 네 육신을 위한 삶을 살았으니 그토록 내 메시지에 둔하지 않았느냐. 육신이 하는 대로 사는 삶은 오직 집착으로 꽉꽉 찬 무명의 삶 일진데, 이제와 그토록 눈물을 흘린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인간들은 내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저 무명의 삶들을 이어가고 있으니 언제까지 나는 이 말들을 되풀이해야 한단 말인가…, 열심히 무명을 깨는 삶이 되어야 다음 생에도 무명을 깨는 삶이 될 터인데….”

'오늘 내가 사는 이 삶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라는 것'을 하루에 단 일분이라도 생각한다면 오늘을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진 않을 것을…,

어떤 사람의 흐느낌과 염라대왕의 한탄은 지금도 여전히 천상을 울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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