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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 / 윤재천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11. 1. 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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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반 道伴 / 윤 재 천

 

                                                                 

 

 가슴속에 구름이 떠가고 있다.

멈춰 서 있는 법이 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적잖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누가 앞서가고 또 뒤에 쳐져 가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서로가 동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론 내가 구름을 따라 무작정 걷기도 하고, 내가 그를 따라오게 할 때도 있지만, 우린 지척에서 한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으므로, 시야에서 잠시 벗어난다해도 다른 길로 들어서는 일이 없다. 어느 날 홀연히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인해 애를 태우거나 의심하는 법도 없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많은 날을 살아왔다. 어쩌다가 사람들 곁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 구름으로 인해 외롭지 않아 주어진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모처럼 우리가 속내를 드러내 보일 때는 얼굴을 마주하고 산을 오를 때다. 얼굴에 번지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바위나 맨바닥에 주저앉아 대화를 나눌 때다. 서두르지 말자고, 공연히 마음 상해 아파하지 말자고 서로를 위로할 때도 바로 그때이고, 지워지지 않는 꿈에 빠져들어 미래를 구상할 때도 바로 그때다.

 

 ‘구름카페’  언젠가 그런 공간을 갖게 되면 벽은 연한 회색으로 옷을 입히고, 창을 크게 만들어 하늘이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겠다.

 주변은 진초록 잎이 무성한 나뭇잎과 향기 짙은 야생화로 가득 채우고, 벤치도 몇 개 만들어야겠다.

 카페를 찾아온 그들에게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만발할 수 있는가를 확인케 하고 싶다.

 우리가 정신 없이 쫓아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덧없고 부질없는 것인가를 ‘구름의 증언’을 통해 알게 하고 싶다.

 구름카페의 손님이 아닌 주인이 되게 해서, 후회하지 않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그 꿈이 무산되지 않기 위해 구름의 뒤를 따라가기도 하고, 그의 앞에 서기도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갈망한다.

 구름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창(窓)을 통해 주변의 정취에 젖어볼 그날은 언제일까. 그러나 조급해하진 않는다. 이미 나는 상상으로나마 구름과 함께 그 카페에 앉아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있다.

 사방이 짙푸른 동산이 되도록 열심히 나무를 심고, 향기 짙은 들꽃을 피워내기 위해 거름을 주고 있다.

 

 도반(道伴)은 아름다운 구속이다. 이 길은 길게 연(連)하여 끝이 없으므로, 먼 훗날까지도 아름다운 동행은 끝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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