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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에 대하여 / 정영일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11. 3. 1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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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에 대하여 / 정영일

 

 

 나는 뜻 없이 공상을 즐긴다. 어떤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의 손을 가만히 쥐어 본다. 허리를 껴안아 본다.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 본다.

 

 그러나 그녀는 조각품처럼 흔들림이 없다.

 

 그녀는 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의 생각 속에 날개를 달고 날아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그리운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접근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만져 보기도 한다. 그녀는 앙탈이 없다. 그렇다고 등 돌아앉지도 않는다.

 

 그녀는 나의 속삭임에도 온몸을 맡기고 있을 뿐 대답이 없다. 그녀의 유방을 베고 누워 본다.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럴 때의 그녀는 끈끈한 4월의 안개에 젖어 있는 꽃나무 같이 생기 발랄하다. 아무런 꾸밈이나 인공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창조품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여인을 누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이름 지어 부를 수가 없다.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 부르기에는 그녀는 너무도 순진무구하고, 순수한 몽상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단물이 무르녹는 오디처럼 말랑말랑한 그녀의 살결은 영원히 늙지 않는 천녀의 그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그녀에 관한한 나는 비밀을 지켜왔다고 자부한다.

 

 지금 나는 이 이야기를 짓고 있다. 그녀의 머리칼은 검은지 노란지 기억이 되지도 않았고,또 기억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당신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극심한 성적 충동을 겪고 난 뒤, 어느 날 밤에 갑자기 꿈에서 본 여인의 영원한 모습을…. 나는 그런 여인의 신비한 이미지를 말했을 뿐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옷자락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녀는 알몸이라기보다는 넋뿐이라고 해도 좋다. 순수함이 그녀의 핏줄이다. 그녀에게는 혈관이 없다고 해도 좋겠다. 그녀는 온통 기쁨,종교적인 기쁨의 소리들로 땀샘이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그녀에게서는 성스러운 음악 소리가 난다. 그녀는 신이 만든 악기 그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악사일 수가 없다. 그녀는 저 혼자 이슬이 듣는 꽃봉오리 같이 향기를 흘려야 한다. 나는 맨발로 벌거벗은 채 그녀에게 찾아가지만 그녀는 거품같이 때로는 습기나 바람이나 물같이 녹아서 공간에 스며들어 버린다. 나는 그녀의 황홀한 몸이나 형태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녀의 이름은 창조하는 사람만이 지니고 살아야 할 ‘황홀!’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는 헤매인다. 뮤즈의 어머니인 황홀의 샘, 그것이 여인의 별명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이름을 지어 부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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