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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발상 / 변해명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11. 3. 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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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모한 발상 / 변해명

 

  이따금 자신이 하려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결심을 할 때, 그 일이 잘 되지 않아 절망과 좌절에 빠져들 때, 또는 스스로 포기하고 싶을 때 흔히 하게 되는 생각이요 마음을 다잡아가는 교훈이기도 한 중국고사가 있다.

 옛날 진(晉)나라 때에 두자명(竇子明)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산(仟山)으로 들어가 도를 닦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성취되는 것이 없어 실의에 빠져 도를 닦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쇠로 만들어진 절굿공이를 바윗돌에 갈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두자명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 여인은 절굿공이로 바늘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고 묻자 그녀는 ‘오래도록 공을 들이면 자연이 이루어진다(鐵杵磨繡針 功久自然成),’ 즉 철 절굿공이도 갈고 또 갈면 마침내 수를 놓을 수 있는 바늘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두자명은 스스로 선택하고 시작한 길임에도 견디지 못하고 산을 내려온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아 마침내 선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고사는‘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열자列子」<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태행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은 기주의 남쪽과 하양의 북쪽에 위치한 산이다. 그런데 우공(愚公)이라는 90세 노인이 늘 이 두 산을 바라보며 살았는데 두 산이 길을 막아 산넘어 마을을 갈 때마다 돌아다니기가 불편했다.

 어느 날 우공이 가족을 모아놓고 물었다.

 “난 너희들과 힘을 합쳐 저 산을 깎아서 남쪽으로 길을 트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족들 중 아내만 반대하고 모두 찬성했다. 이튿날부터 우공은 세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돌을 깎고 흙을 파서 발해까지 가져다 버리기 시작했다. 한번 갖다오는데 일 년이 걸렸다. 그것을 본 지수(知嫂)라는 사람이 어리석은 일이라며 비웃었다.

 “늙은 나이에 어쩌자는 거요?”

 그러나 우공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에겐 손자가 있으며, 손자가 손자를 낳아 대를 이어 계속하면 언젠가는 저 산이 평평해질 것이 아니겠소?”

 그런 우공의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가 감동하여 역신을 불러 두 산을 옮기게 했다. 그래서 지금은 기수와 한수 남쪽에는 작은 언덕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고사는 자기가 세운 뜻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말이다. 뜻이 있는 곳에 이루어진다는 마음을 두고 끊임없이 계속 정진하다 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쇠절굿공이로 수를 놓을 수 있는 바늘을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뜻을 둔 사람에게는 이미 바늘이 보인다. ‘모든 일은 스스로 일가를 이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많은 인내와 노력과 결심과 용기로 계속 정진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곳에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고 그런 싸움으로 한 경지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원래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지만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성공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의 실크로드는 천산산맥과 규련산맥을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그 산들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땅속으로 흐르는 강이 되어 사막 밑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물을 지상으로 퍼 올려 사막을 질러 흘러가게 한 강줄기를 보았다. 그 물로 사막을 옥토로 만든다는 중국의 계획을 들으면서 나는 우공이산의 고사를 생각한 때가 있었다. 사막을 옥토로 만든다는 발상은 우공이산의 고사를 지닌 중국인에게는 터무니없는 꿈도 아닐 것이다.

  쇠 절굿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발상이나 산을 옮긴다는 우공의 어리석은 결심은, 한번 뜻한 바 그 뜻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해 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정신적인 교훈으로 후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고사로, 그런 고사를 지닌 중국인 대기만성의 국민성을 헤아려보게 된다.

 그런 삶을 살다간 사람들은 성공한 삶을 산 사람들이다. 그런 삶을 살려고 꿈꾸던 사람들도 성공을 향해 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란 매일 매일의 끝없이 흐르는 물이 강물을 이루어 흘러가는 것, 매일 매일의 경영이 물방울로 바위를 뚫어가는 것. 삶이란 그런 반복의 일관성인 것을. 살아온 자신의 매일 매일을 돌아볼 때 세월이 쌓이는 두께로 후회 없는 삶이 보인다면 스스로 성공한 삶이란 찬사를 보내도 좋을 것이다. 대어를 낚는 엉뚱한 발상도 중요하지만 작은 고기로도 삶이 풍요로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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