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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소재론 / 이 방 주

수필작법 도움 글

by 장대명화 2023. 3.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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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소재론 / 이 방 주

 

 1. 소재란 무엇인가?

흔히 재료나 바탕을 일컫는 말이다.
'-감', -거리'를 말하며 주제를 살리는데 필요한 선택적인 재료를 제재(題材)라고도 한다. 재료나 바탕이라고 하더라도 문학의 소재와 미술의 소재는 개념상의 차이가 있다.
예컨대 공예의 경우만 하더라도 소재에 따라서 목공예(木工藝), 석공예(石工藝), 금속공예, 유리공예, 칠보공예, 도자기공예 등으로 분류가 되며, 이것이 곧 문학의 소재와 동일한 개념은 아닌 것이다. 공예나 조각에 있어서 재료(소재)는 작품을 형상화시키는데 사용하는 물질을 가리키지만, 문학의 소재인 자연물, 인간사(人間史), 느낌과 상상 등은 정신적인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어느 문학 장르이든 글감이 없이는 글을 써갈 수 없다. 집을 지으려면 나무, 시멘트, 돌, 기와 등이 필요하듯 글을 쓰려면 글감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수필에 있어선 글감(소재)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문학 장르와는 달리 수필의 소재는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다.
① 자신이 경험한 신변잡사
② 자연에 대한 관찰, 감상
③ 자신의 생각, 주의, 주관, 견해
④ 사회생활, 제도, 풍습, 양식, 인정 등 세간사(世間事)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수필은 무엇이라도 담을 수 있는 용기(用器)라고 볼 수 있을지니, 무엇을 그 속에 담든 그것은 오로지 필자 자신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金晉燮)

▷인간성에 관한 것이나 관습이나 역사나 예술이나 교육, 과학, 정치, 경제, 종교, 스포츠 등의 모든 방면의 것을 제재로 할 수 있다(白鐵)

▷평론의 대상은 문학이요, 수필의 대상은 사유(思惟)의 전영야(全領野)―비록 단편적일지라도 수필인 것이다.(金東理)

수필의 글감은 천지간(天地間)의 모든 사물과 인간사(人間事)와 인간이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해당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이 수필의 소재(제재)가 될 수는 있지만, 필자의 선택에 따라 글감이 정해지면 그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필자의 안목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어도, 필자의 눈에 들어 선택되지 않으면 '소재'가 아닌 것이다. 소재를 많이 가진 작가가 있고, 소재 빈곤으로 글을 쓰지 못해 고민하는 작가도 있다. 

2. 수필에서의 소재의 중요성

수필은 소설, 희곡에 비해 비교적 짧은 산문이기 때문에 소재의 선택 여하에 따라 수필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물과 세간사(世間事) 중에서 작가가 어느 것을 '소재'로 선택하게 될 때는 마음속에서 주제와 구성까지를 함께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소재 선택은 작가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한 총체적인 가치 기준의 발동이며, 안목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재 선택에 자신의 취향, 관심, 개성이 작용하며 품격, 미의식, 인생관, 가치관이 포함된다. 수필집의 목차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삶의 모습, 의식, 정신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이 까닭이다.
수필은 자신의 삶의 모습과 개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학이므로 '소재 선택'이 곧 문학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문학 장르 가운데서 수필 소재의 비중은 소설이나 희곡에 비하여 현저하게 크고 무겁다. 하나의 자연물에서, 친구의 얘기에서, 눈이나 비가 오는 모습에서 갖는 느낌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지만, 소설이나 희곡은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
'오물', '변소' 등 악취가 나는 소재를 다루더라도 글 속에 고결한 인품의 향기를 뿜는 사람이 있고, '난', '매화' 등 고아한 향기를 내는 소재를 다루더라도 악취가 나는 사람이 있다. 소재 선택도 중요한 것이지만, 어떻게 빚어내느냐(형상화)하는 역량과 솜씨에 따라 그 경지는 달라진다. 돌멩이, 모래알을 그냥 보잘 데 없는 것으로 눈 여겨 보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소재에 '몇 천년의 세월과 삶'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소재들 중에서 소재를 선택할 줄 아는 안목, 그리고 이 소재를 바탕으로 작품으로 빚어내는 솜씨가 있어야만 자질을 갖춘 수필가라 할 것이다.


3. 소재 찾기의 요령 

수많은 소재 감 가운데서 어떤 것을 나의 글감으로 골라잡을 것인가? 이것은 쉬운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어느 것 하나, 마음놓고 골라잡을 수 있게 만만한 게 없다.
소재 감을 그냥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소재 감에서 '나'를 찾는 의식, 소재에서 인생적인 것을 찾아보는 의식이 있어야만 '소재'가 눈에 띈다.
백일장에서 '나무'라는 제목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자. 백일장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나무'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때, '나무'라는 대상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나무와 나', '나무와 4계절', '나무와 해', ' 나무의 삶', '나무와 인생' 등으로 연계시켜 사유를 넓혀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주제와 구성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소재에서 인생과 관련하여 그 어떤 모습, 성격, 의미를 발견하고 생각할 줄 아는 힘, 그것이 바로 작가의 안목이다.
소재에서 인생적인 것을 찾아보는 작업이 곧 글을 쓰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① 대상으로서의 소재 감
② 소재 감에서 '나'를 찾는 작업
→ 소재와 나를 결부시킴
③ 소재 감에서 '인생적인 것'을 찾아보는 작업
→ 연관화 작업

①은 단순, 평면적이어서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
②, ③은 소재 감에서 인생과 결부, 연관화시킴으로써 대상이 입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재 감에서 인생적인 것을 찾아보는 연관화 작업이 이뤄지려면 △관찰 △연상(인생과 결부) △의미 부여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연관화 작업으로 다음의 방법이 유용하다.

▶동질성 찾기
두 가지 이상의 소재에서 동질성을 찾아 비교하는 방법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슈낙)
<나의 사랑하는 생활> (피천득)

▶이질성 찾기
두 가지 이상의 이질성을 찾아 비교하는 방법
<아내와 나> (김태원)

▶상반성 찾기
두 가지 이상의 소재에서 상반성을 찾아 비교하는 방법
<세느강과 청계천> (정봉구)

▶개성 찾기
두 가지 이상의 소재에서 각각 개성을 찾아 비교하는 방법
<달빛 백자> (정목일)

소재가 궁할 때는 어디서 구해 오나? 하고 궁리를 해 보아야 한다. 소재를 잘 찾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작가라 할 것이다.
▶과거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 혹은 삶의 성찰을 통해 깨달음과 얻을 게 없는 가를 더듬어 본다. 일기장, 메모장, 사진첩, 편지철 등이 소재 감을 제공해 준다.
▶현재
오늘날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현장과 모습을 살펴보면서, 삶의 질(質)과 인생의 경지를 높이려는 노력을 생각해 본다.
독서, 예술감상, 여행, 대화, 교육, 취미활동 등의 노력에서 소재를 얻을 수 있다.
▶미래
미래에 대한 대응과 삶의 설계를 통해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길의 모색과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상상, 계획, 희망 등을 펼쳐봄으로써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처음 수필을 써보려는 사람들에겐 가장 잊을 수 없는 사람과 일, 감명을 받았던 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일,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일, 가장 아끼는 것이나 사랑하는 일들 등에 쓴다면 쓸거리가 쉽게 풀려질 것이다.

소재 찾기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세상의 수많은 소재감 중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소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발견하는 안목을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 일은 단숨에 획득되는 것이 아니고, 인생 체험과 경지에 따라 얻어지는 것인 만큼 부단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소재 발견과 선택은 이것을 가지고 주제에 맞게 작품으로 빚어내야 하므로 형상화하는(글을 써 나가는) 과정에서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할 것이다.

▶관심에서부터 발견
소재 찾기는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찾는 것이 글을 써 나가는데 무리가 없다. 관심분야는 늘 자신이 주의 깊게 통찰하고 생각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예컨대 야생화의 생태, 나무들의 관찰, 패션, 수집, 취미, 사상, 주의 등에 있어서 일관성 전문성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변에서부터
먼데서, 고귀한 것에서 소재를 찾으려 들지 말고,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가까운데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가정(가족)→이웃(친구)→사회→국가→세계로 소재를 나에서부터 밀접하고 가까운 것에서부터 점차 확대해 나간다.
일상사 중에서 단순하고 스쳐 가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 일들은 내 인생에 무슨 흔적을 남기는가? 이런 발상과 시각으로 삶을 두루 살피는 가운데서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소재들이 광채를 내고 다가올 수 있다. 주변에서부터 소재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옛 것과 새로운 것에서
삶은 언제나 과거-현재-미래로 진행된다. 옛 것은 과거의 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오늘의 삶과 과거의 삶을 비교 점검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삶을 예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과 미래는 무턱대고 뿌리 없이 피어난 것이 아니고, 과거라는 토양에서 이어져온 것인 만큼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고, 또한 삶에서 과거(역사)를 통찰하는 눈을 가짐으로써 변화와 비교선상에서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체험의 확대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이라는 점에서 체험의 한계를 부수고 확대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취재, 여행, 탐구활동 등은 직접적 체험의 확대가 되며, 독서, 예술감상, 예기듣기 등은 간접 체험의 확대이다.
체험의 확대는 넓게 깊게 그리고 높게 사유의 폭을 확대하고, 새로운 세계로 눈을 뜨는 것인 만큼 글을 쓰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4. 어떤 소재가 좋은가?

어떤 소재가 좋은가? 하는 점은 작가에 따라서, 또한 독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보편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좋은 소재의 요건을 생각해 본다.
▶흥미성
아무리 분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할지라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독자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성 속에는 흥미성까지도 포용하고 있어야 한다.
독자에게 흥미를 주는 대상(소재)이어야만 친근감을 얻을 수가 있다.

▶참신성
사람들의 관심은 언제나 새로움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다. 예술은 기존의 틀과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질서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데서 이뤄진다.
소재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이라든지, 일상에서 언제나 대면하는 것들이라면 독자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할 것이다.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 탐구, 발견, 생각을 펼치는 데서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한다.
이 '새로움'은 독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참신성'은 새로운 체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겪는 일상생활에서, 혹은 모두가 진부하다고 느끼는 평범한 것들에서 작가가 얼마든지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참신성'을 불어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 소재 자체가 참신하면 더욱 좋겠지만, '평범' 속에서 '비범'을 발견할 줄 아는 새로움의 '눈'과 진부한 것에서도 전연 새로운 발상과 해석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안목과 경지에서도 '참신성'을 느낄 수가 있다.
참신성은 깊이에의 천착이며 명상을 통한 발견에서도 얻어진다.

▶특이성
소재 자체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경험하기 힘든 특이성, 전문성이 있다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요건이 된다.
정신과전문의, 동물사육사, 곤충연구가, 기상관측사, 식물재배가, 탐험가, 오지여행가 등의 글에서는 특이한 체험 세계를 펼치므로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게 된다.
수필가들도 자신만의 탐구분야를 개척하여야 하며 전문가 이상의 지식과 연구로 수필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개성
수필은 다른 문학 장르보다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문학이라는 점에서 소재 발견과 선택에 있어서 자기 개성과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개성에 맞는 소재이어야만이 유감없이 자신의 체험세계를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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