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보니까 / 장 영 희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는다.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란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내가 살아보니까. 남의 마음속에 내가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장영희 / 수필가· 영문학자.
* 올해의 문장상, 한국문학번역상 등 수상.
* 작품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문학의 숲을 거닐다》《내 생애 단 한번》등.
소아마비 1급 장애에도 끊임없는 연구와 저술 활동으로 학계에서 업적을 인정받았다.
유방암, 척추에 암, 간암, 세 차례의 암 발병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투병하며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다가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