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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수필 ㅡ 박지원의 열하일기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10. 12. 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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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연암은 경기도 관찰사와 예조참판, 면천 군수와 양양부사 등 여러 벼슬을 지냈으나 출세에만 연연하지 않으면서 많은 양의 독서를 했다. 또한 여행을 즐겨 유득공, 이덕무 등 뜻이 통하는 벗들과 함께 국내의 평양, 송도, 묘향산, 천마산, 속리산, 가야산, 화양, 단양 등 여러 명승지들을 두루 돌아다녔다.


연암은 중국 여행에도 관심이 컸는데, 44세 되던 1780(정조 4)년에 삼종형 박명원이 청나라 사신으로 임명되면서 마침내 기회를 얻는다. 형의 권유에 따라 자제군관 자격으로, 서삼종제(庶三從弟)인 박래원도 동행하여 중국 여행길에 오른다.


연암 일행은 5월25일 임금께 하직인사를 하고, 6월24일 압록강을 건너 책문, 요양, 산해관, 통주 등 지정된 조공길을 따라 8월1일 북경에 도착해 5일간 체류한다. 가는 도중에 폭우를 만나 여정이 순조롭지 못했으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급류를 건너야만 했다고 한다.

이때 청의 건륭황제는 피서산장이라고 이름한 열하(熱河)의 별궁에 머물고 있었는데, 8월4일 뜻밖에 만수절(萬壽節: 임금의 생일) 행사를 그곳에서 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리하여 연암 일행은 이전에 조선 연행사들이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열하 일대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당시 북경에서 열하까지는 400여 리나 되는 험준한 산길이었다. 이들 일행은 만수절 안에 열하에 당도하려고 밤낮으로 강행군을 하여 하룻밤에도 9번이나 강물을 건넌다. 드디어 8월9일에 열하에 도착, 7일간을 체류하고 8월20일 북경으로 귀환한다. 그리고 이들은 9월17일 북경을 출발, 10월27일 서울에 도착해 복명(復命)한다.

열하의 본이름은 무열하(武熱河)인데 현재 북경에서 230킬로 지점에 있는 하북성(河北省)의 승덕(承德)에 있다. 열하라는 지명은 주변에 온천들이 많아서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건륭 황제가 피서산장이라 이름 붙인 별궁을 완성한 뒤 청나라 황제들이 매년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정사를 보았기 때문에 북경 다음으로 정치적 중심지가 됐다. 그리하여 한 때는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몽고, 티베트, 위구르,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 온 외교사절들로 성시를 이룬 곳이다.

이렇듯 연암이 여행했을 당시 청나라는 세계 최대의 문화국가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중국의 선진 문물은 큰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를 접하고 돌아온 연암은 곧바로 ꡐ열하일기ꡑ의 저술에 전념한다. 당시 영천 군수로 있던 홍대용은 소와 농기구, 돈과 종이 등속을 보내 저술을 격려했다고 한다. 이러한 격려 덕분인지 연암은 ꡐ열하일기ꡑ 한 편으로 당대에 명성이 절정에 오른다.


고려말부터 조선왕조까지 500여 년간 중국 사행사 그룹에 끼어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수천여 명이나 되고, 사적인 여행기만도 500여 가지는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연행록 중에 왜 유독 ꡐ열하일기ꡑ인가. 우선 책의 이름부터 다르다. 대부분 중국 여행기는, 명나라는 ꡐ조천록ꡑ이나 ꡐ조천일기ꡑ, 청나라는 ꡐ연행록ꡑ이나 ꡐ연행일기ꡑ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북경까지의 왕복 여정을 일기체로 쓰고 있다. 그러나 연암은 압록강을 건너 북경을 경유해 열하에 갔다가 북경에 되돌아 올 때까지 여정을 다루되,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절제할 것은 절제하고, 필요한 것은 구체화해 상세하게 썼다. 연암이 특히 관심을 갖고 기록하고 있는 것은 실생활에 이롭게 쓰이는 문물과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26권 10책으로 구성된 ꡐ열하일기ꡑ는 집중 호우로 불어난 압록강물의 장관으로부터 시작해서, 열하에 가서도 도도하면서도 거센 열하의 물에서 받은 충격을 나타냄으로써 이미지를 통일시키고 있다. 독창성이 돋보이는 또 하나는 여행 도중에 창작한 작품을 여행기 속에 넣었다는 점이다. 가령 한문소설 ꡐ허생전ꡑ이나 ꡐ산장잡기(山莊雜記)ꡑ 중에 있는 ꡐ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ꡑ 같은 작품이 그러한 보기이다.

또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ꡐ호질(虎叱)ꡑ이라는 글도 수록돼 있다. 춘추시대 풍기가 문란했던 정나라를 배경으로, 타락한 유학자 북곽선생이 동네 과부와 밀회 중에 들켜 도망치다가 범을 만나서 준열한 꾸중을 듣는 이야기인데, 양반사회의 위선과 모순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담겨 있다.

이처럼 ꡐ열하일기ꡑ는 ꡐ이용후생(利用厚生)ꡑ을 중시하는 연암의 실학사상이 곳곳에 배어 있는 그의 사상서이자, 소설가이자 문장가로서의 명문이 실린 작품집이라는 데 큰 가치가 있다.


박지원은 ꡐ열하일기ꡑ를 쓰려고 이 여정에 오르기 전과 도중에, 그리고 여행을 마친 뒤에도 실로 많은 조사활동을 전개한다. 견문을 기록하고, 비망록을 만들고, 많은 서적을 발췌하고, 금석문을 조사하고, 시문을 창작하고, 필담(筆談) 초고를 버리지 않고 모두 수집했다. 북경의 유리창 서가에 꽂혀 있는 서적목록, 공문서 내용, 연희(演戱)에 관한 기록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기록하고 수집했다. 연암이 귀국할 때 큰 보따리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그 속에는 모두 그런 종이 쪽지뿐이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는 기록도 있다.

연암 박지원은 사물을 바라보는 눈아 남달랐으며, 뜻밖에 다가오는 여정의 변화를 고통이나 불만으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좋은 기회로 승화시켰다. 떠나기 전 여행준비를 철저히 해 어떤 변화에도 능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행 뒤 여행기를 쓸 때를 대비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는 형제들과, 그의 수집벽과 기록벽을 잘 이해하고 협조해준 일행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그가 여행기 한 편으로 그렇듯 성가(成家)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나 요행이 아니며 엄청난 노력과 뛰어난 안목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여행을 통해 그의 실학사상은 한층 더 깊이 있게 발전돼 갔던 것이다.


<각 권의 체제>


1. 서(序) : 누가 서문을 썼는지는 밝히지 않음. 그 기록에 있어 참은 있어도 거짓은 없다고 함

2. 제1권-도강록(渡江錄) : 압록강에서 요양까지 15일 동안의 기록. 중국 땅의 실용적 면에 감탄

3. 제2권-성경잡지(盛京雜誌) : 십리하에서 소흑산에 이르는 5일간의 기록

4. 제3권-일신수필(馹迅隨筆) : 신광년에서 산해관에 이르는 9일간의 기록. 수레의 제도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제도에 관한 기록. 앞에 서문을 달아 '이용후생'에 관한 논평을 실었음

5. 제4권-관내정사(關內程史) : 산해관에서 연경에 이르는 11일간의 기록. 여기에 <虎叱> 수록

6. 제5권-막북행정록(漠北行程論) : 연경에서 열하에 이르는 5일간의 기록. 열하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열하로 떠날 때의 애처로운 이별의 심사를 그림

7. 제6권-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 열하의 태학에서 6일 동안 머문 기록. 당대 명망있는 학자들과 조선과 중국의 문물제도에 관해 논하고 있다. 홍대용의 지전설도 중국인에게 전하고 있는 내용이다.

8. 제7권-구외이문(口外異聞) : 고북구 밖의 기문이사를 적은 부분

9. 제8권-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 열하에서 연경으로 다시 돌아오는 6일간의 기록

10. 제9권-금료소초(金蓼少抄) : 의술(醫術)에 관한 기록

11. 제10권-옥갑야화(玉匣夜話) : <허생전> 수록

12. 제11권-황도기략(黃圖記略) : 황성에서 화포도까지의 견문 수록

13. 제12권-알성퇴술(謁聖退述) : 순천부학에서 조선관까지의 기행

14. 제13권-앙엽기(像葉記) : 홍인사에서 이마보총까지의 30여 군데 명소 기록

15. 제14권-경개록(傾盖錄) : 열하의 태학에서 사귄 여러 사람들에 대하여 그 소전(少傳)을 기록

16. 제15권-황교문답(黃敎問答) : 황교와 서학, 지옥설에 대하여 논평하면서, 말미에는 북쪽 오랑캐들에 대한 주의심을 환기하였다.

17. 제16권-행재잡록(行在雜錄) : 청나라 황제의 행재소에서의 견문 기록

18. 제17권-반선시말(班禪始末) : 원나라 때부터 중국 황제들이 번승(番僧)들에게 베푼 정책 설명

19. 제18권-희본명목(戱本名目) : 청 황제의 만수절에 행하는 연극놀이의 대본과 종류 기록

20. 제19권-찰십윤포(札什倫布) : 열하에서 직접 보고 들은 활불 반선에 대한 기록

21. 제20권-망양록(忘羊錄) : 열하의 태학에서 사귄 윤가전, 왕민호 등과 함께 음악에 대해 논한 기록

22. 제21권-심세편(審勢篇) : 조선인들의 다섯 가지 망령됨과 중국인들의 세 가지 어려움에 대하여 논함

23. 제22권-곡정필담(鵠汀筆談) : <태학유관록> 중 윤가전과 나눈 이야기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하여 기록

24. 제23권-동란섭필(銅蘭涉筆) : 동란재에서 머물 때 쓴 것으로 가사, 향시(鄕試), 서적, 언해, 양금(洋琴) 등에 관한 잡록

25. 제24권-산장잡기(山莊雜技) : 열하산장에서 보고 들은 일들 기록

26. 제25권-환희기(幻戱記) : 중국 요술쟁이의 여러 재주를 구경하고 소감을 적음

27. 제26권-피서록(避署錄) : 열하의 이궁(離宮)인 피서산장에 있을 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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