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재가 있을 때 /김 홍 은(충북대학교 명예교수)
인생의 생활에는 즐거움과 고통이 따른다.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라 하지만 기쁨도 슬픔도 있게 마련이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가 하면 어느새 가을이 되어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지면 텅 빈 들녘에는 찬바람이 인다. 자연의 삶도 늘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한다.
삶이란 고행이나 다름이 없다. 세월이 오고가는 사이에 누군가를 만났다가 떠나보내는 이별의 아픔을 갖기도 한다. 더러는 나그네의 심사를 다독이며 외로운 마음을 안으로 잠재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펜을 들게 된다. 이런 습관에서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수필작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현실에 잠긴 그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경험을 떠올려 놓고는 망설인다. 그 중에서도 우선 쓰고자 하는 내용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써 내려 갈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
수필 소재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들면 말과 같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소재는 많아도 글감이 되어 목적을 이끌어 내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연결시키기가 어렵다. 이유는 오감(五感)을 통하여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철학이 부족하다보니 글을 써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작품을 쓰는데도 짧은 시간 내에 써지기도 한다. 때로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한 편을 섰다 해도 좋은 글이 되지 않을 때 가 많다. 억지로 소재를 끌어다 붙이면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문장도 매끄럽게 연결이 잘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글감이 되는 소재를 얻게 되면 메모해 두었다가 기회가 된다거나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적에 내용들을 떠올려 낸다.
소재는 일상생활에서 충격적인 일이거나 감동적인 재미있는 이야기와 교훈적인 내용을 제목에 걸맞게 엮어본다. 그 중에서도 지극히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를 찾는다. 때로는 경험을 토대로 추억 속에 빠져들어 어린 시절이나 지난날의 잊혀지지 않는 일들을 주제로 삼는다. 거기다가 현실을 직시하고 사물을 관조한 그대로의 생각들로 하여 상상의 날개를 펴 놓는다. 그러나 내가 제일 잘 아는 내용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자신의 성숙을 위한 인간사를 통한 진솔한 내용이 되도록 노력한다. 정이 담겨있게 하고 자기의 성찰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잊지 않는다.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굴지도 않는다. 자기의 영혼을 찾으려 노력하는 예술적인 고백이 되도록 고민을 하는 편이다. 어느 때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한 체험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런 경험에서부터 얻어낸 고통을 오래도록 담아 두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지난날의 일들 중에서 짤막한 이야기가 될 만한 줄거리를 얻었을 적에 그 때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서두를 어떻게 이끌어 갈까 하고 고심을 한다. 서두는 뭐니 뭐니 해도 작품의 첫인상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신경을 쓴다. 내용에 있어서의 표현은 될 수 있는 한 쉽게 하면서 부드럽게 쓰려고 노력한다. 자기의 경험을 통한 작품으로서 감동을 줄 것인가에 대하여서도 잊지 않는다. 서정성을 중요시 여기지만 독자들이 무엇인가를 꼭 얻을 수 있는 내용을 삽입하려고 고민을 한다.
글을 읽고 난 뒤 작품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하려는데 의도를 많이 두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더 쓰지 못한다. 어쩌다 한 편의 글을 쓰려면 소재에 맞는 경험의 제재를 연결시키느라 끙끙 앓는다. 가능한 학교 전공과정에 맞게, 나무를 소재로 하여 자연스럽게 쓸려고 노력을 한다. 이는 내 생활에 접근되어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늘 생각하고 있는 사고에서 다루기가 편하다. 나무 자체가 저마다 특성이 있듯이 다른 소재를 가지고 쓰는 것 보다는 쉽다.
내가 나무를 제목으로 잡는 일은 어쩌면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데 목적을 두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남들보다는 조금이라도 심고 가꾸는 일에 더 앞서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것이 나의 평범한 수필작법이다. 자연 이치에 빠져보려고 정진하려들지만, 작품을 써놓고 나면 늘 부족함에 맴돌고 있다. 마음 밭을 갈아 새로운 작품의 씨앗을 뿌려놓고 가꾸다보면 쓸수록 어려운 게 수필임을 항상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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