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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칸타타 / 이 진 민

장대명화 2025. 12. 9. 10:56

                                        커피 칸타타 / 이 진 민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웃도,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친구를 대하듯 자신을 돌보는 방법으로 나를 위한 다정한 마음의 치유와 소박한 실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자애(慈愛)와 연민에 대한 메시지를 떠올렸다. 자애는 "일체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망"이고 연민은 "일체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소망"이라고 하였던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한 손을 나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나의 몸이 호흡하는 것을 느꼈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꽃이 따뜻한 햇살아래 피어나듯 나의 가슴이 부드럽게 열리도록 수용하는 마음으로 호흡하며 자신에게 질문한다. "지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서 세상과 연결되고, 사랑받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것을 위한 발견의 시작, 나를 사랑하는, 자애의 문구를 적어본다.

 

내가 내 자신에게 다정하기를... 내가 세상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기를... 내가 평화롭게 살기를... 내가 사랑 안에 머물기를... 그리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일상에 더욱 감사하기를... 하루의 시작을 위한 마음 챙김을 단단히 정돈하고 뜨거운 물에 내리는 모닝커피 한 잔은 자신을 사랑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모닝 커피를 내리는 어느 날 아침이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한곡을 듣게 되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커피 칸타타'라는 곡 소개에 쫑긋하며 음악에 심취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마치 박자를 맞추듯 "커피~, 커피~" 하던 칸타타의 노랫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커피 칸타타'는 이미 끝나고 다음곡이 이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이 곡에 매료되어 ‘커피 칸타타’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아버지가 커피광인 딸에게 커피 좀 작작 마시지 않으면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딸이 그러면 시집가서 남편을 설득해서 커피를 마시겠다는, 아버지와 딸의 '커피 전쟁' 같은 스토리가, 딸과 결혼 할 신랑감 사이에서는 '커피 동맹'을 맺겠다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무척 흥미로웠다. 나만큼이나 커피를 사랑하는, 커피를 마시고야 말겠다는 신념이 커피광으로 되어버린 딸의 "커피~, 커피~" 하던 노랫말에 환호를 보내며 '커피 칸타타'를 부르는 순간 1600년대 바흐가 살던 시대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17세기 독일에서는 커피와 커피 전문점이 크게 유행했다. 가정집에서는 물론이고 시내 커피전문점에는 늘 사람들로 붐볐다. 커피 전문점에서 공연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피 칸타타'... '칸타타'의 어원에 녹아있는 '노래하다'의 의미만 보아도 커피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 같았다. 저명한 음악계의 커피 애호가들의 일화도 눈에 띄었다.

 

'모닝 커피가 없으면 나는 그저 말린 염소 고기에 불과하다'며 매일 작곡을 할 때 커피를 곁에 두었다는 바흐, '60알의 원두는 나에게 60가지 음악적 영감을 준다'며 아침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원두를 직접 세어 자신의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리던 베토벤, '나의 커피를 절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며 매일 아침 5시에 커피를 내려 마시던 브람스... 이들의 커피 사랑을 보며 나는 커피를 손수 내리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의 아침 루틴과도 연관지어 보았다. 내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그 모든 과정, 그 시간은 자신에게 애정을 담은 집중과 몰입의 순간이었고 오롯한 정성으로 일궈내는 수양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커피의 양, 커피를 굽는 온도, 물의 온도, 물을 붓는 방법, 물을 붓는 간격 등 모든 과정이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 커피의 맛과 향은 하루 시작에 있어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신 후, 나의 일상에 대해 다시 돌아보았다. 나의 삶도 이미 '커피 칸타타' 처럼 아침마다 "커피~, 커피~"를 애창하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칸타타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수많은 카페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안팎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기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추구하고 바라는 인생의 목표를 그릴 수 있었다.

 

커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맛을 '즐거움의 추억'으로 오랫동안, 깊이 쌓는 것이었다. 매일 마셔서 편안한 맛, 마실수록 더 맛있는 맛, 단 듯 쌉싸름한 듯 오히려 더 생각나게 하는 맛, 늘 함께하고 또 함께 하기를 바라는 이 맛이 커피의 진정한 맛이요, 평생 나이 들도록 느끼고 싶은 인생의 맛으로, 나의 소울메이트이기에...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소박한 일이 나를 사랑하고 타인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주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게 하는 일상의 루틴에서 더 나아가, 인생의 즐거운 맛을 기억하고 그 즐거움을 오래오래 쌓아가는 것, 그것을 추억으로 만들어 겹겹이 쌓아가는 것! 그것은 이미 백세 이상을 살아가는 수퍼 센테나리안 시대에서 필요한 또 하나의 건강 칸타타가 아닐까?

 

물론 건강을 유지하며 장수를 꿈꾸는 방법은 넘치도록 무척 많다. 이미 그 방법들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칸타타를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가슴과 머리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보자고... 그리고 그 일들을 추억이 되게 하자고...

 

지금 걷고 있는 산책길의 카페 거리는 바흐가 활동했던 바로 그 시절의 어느 카페라는 상상을 하며 '커피 칸타타'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