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행복은 조촐하다 / 윤 재 근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25. 3. 19. 01:55

본문

                                                   행복은 조촐하다 / 윤 재 근

 

행복은 사소한 곳에 있다. 행복은 길가의 풀꽃처럼 조촐하게 핀다. 그것은 백화점의 진열장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의 금고나 관청의 높은 의자 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값으로 따지면 행복은 비싸지 않고 오히려 싼 편이다. 행복은 큰 것에서가 아니라 작은 것에서 얻어지는 까닭이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서로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행복을 만난다. 그들이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고 나누어먹는 모습으로 보면 더더욱 행복해 보인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들어야 행복이 오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이처럼 조촐하다.

 

행복은 산새가 품고 있는 묏새알 같다고 보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면서 조촐하게 핀 풀꽃 같은 것일 런지도 모른다. 행복은 조촐해야 맑고 깨끗하다. 한 송이 꽃을 받고 기뻐하는 마음이 곧 행복이며 연인의 미소를 보는 반가움이 곧 행복이다.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장신구를 걸치고 위세를 부린다고 행복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행복을 즐기는 마음을 일러 가난한 마음이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가난한 마음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행복을 일러 무심(無心)하다 않는가. 욕심은 무심을 초라하다고 비웃겠지만 행복이란 한탕의 행운이나 요행이 아니다. 행복은 검소하고 겸허한 어머니의 손길 같다. 그런 손길을 무심(無心)으로 여기면 된다. 무심하면 당장 행복해진다. 이는 어김없는 참말이다.

 

부유하면 행복하고 가난하면 불행하다. 이는 물질로 삶을 따지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 그러면 부유하면 행복하다는 말은 미덥지 못하리라.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밤마다 가위눌림을 당해 편안한 잠을 잘 수 없기 십상이다. 악몽으로 밤을 지새는 사람이 어찌 행복하겠나? 호화판은 오히려 행복에서 멀다.

 

마음이 가난하면 사소한 것의 기쁨을 값지게 여긴다. 호주머니에 담배 한 갑이 있으면 얼마나 흐뭇한가. 이것은 흡연자가 갖는 행복이다. 연인이 만나자고 전화를 주면 이는 연인이 누리는 행복이다. 손자가 토실토실하게 자라면 이는 할아버지가 만끽하는 행복이다. 이처럼 사소하고 조촐해서 행복은 항상 가까이 있다.

 

그러나 어디 삶이 행복만으로 채워지겠는가. 한 아름의 행복이 있으면 두 아름의 불행이 따라오는 것이 삶이 아닌가. 그래서 삶을 일러 고(苦)라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괴로움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괴롭다고 잔꾀를 부리면 그럴수록 뒤따라올 행복이 멀어지는 법이다.

 

꿈을 크게 간직하라 하지만 이는 행복을 보장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꿈이 소담스럽고 수수할수록 행복이 더 가까운 것을 세상 헤쳐가면서 터득해간다. 행복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스스로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항상 조촐하게 가까이에서 향긋한 풀꽃처럼 피는 법이다.

'추천우수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로등 / 박 목 월  (0) 2025.03.20
멋쟁이 사찰, 내소사 / 구활  (0) 2025.03.20
사람 소리 / 함 민 복  (0) 2025.02.25
문노설(文奴說 ) / 신 현 식  (0) 2025.02.22
나, 물이라네 / 이 문 자  (0) 2025.02.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