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월 / 피 천 득(皮千得, 1910~ 2007)

5매수필

by 장대명화 2020. 12. 19. 05:45

본문

오월 / 피 천 득(皮千得, 1910~ 2007)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를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 이었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데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