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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座右銘) / 김 형 석

추천우수 수필

by 장대명화 2020. 2. 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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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명(座右銘) / 김 형 석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도 한두 가지 좌우명을 가져 보고 싶으나 아직 가지지를 못하고 있다.  그것을 실천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한 때 정했던 좌우명이 덜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에 해당하는 한두 가지 교훈들이 이미 있었고 지금도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것은 벌써 25년이나 옛날 일이다.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다교수들과 친구들의 권을 받아 당시 널리 읽혀지고 있던 칼. 힐티의 책을 들치게 되었다. 나는 그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삶이 무엇이라는 것, 근면의 자세가 어떻다는 것, 신앙의 생활이 무엇을 뜻한다는 사실 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마음을 숨길 바가 없을 정도이다.

 그의 글 중의 몇 편을 묶어 우리 말로 옮겨 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는 그의 여러 가지 교훈들 중에서도 특히 다음의 두 가지는 지금까지도 생활의 양식과 보람을 느끼고 있을 정도이다

 그 하나는 시간은 항상 강물과 같이 흐르고 있다. 강가에 서 있는 사람은 모든 시간을 잃게 된다. 그러나 강물보다도 빨리 걸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시간의 여유를 갖는 법이다는 교훈이다.

 그 교훈은 이론적 긍정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에 멈춘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실제로 살아 그대로 체험해 보는 사람에게는 그 교훈이 값 비싼 진리임을 깨달을 수가 있다.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강물보다 빨리 걷는 것같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시간은 남아 돌게 마련이다. 시간이 없어 무엇을 못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좀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인데…」라는 결론으로 돌아 가게 된다.

 시간은 생명이라는 말이 있다.  만일 병중에 있는 사람이 자기 생명을 아끼듯이 시간을 아낀다면 그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자신도 놀라울 정도의 업적을 쌓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시간은 주어진 것이 아니다. 활용함으로써 채워지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더 두터이 해 보고 싶다.

 .힐티가 나에게 남겨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쓰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는가?하는 물음이다.

 그는 이 제목 밑에 하나의 논문을 써 주었다. 그러나 그 논문의 내용보다도 귀한 것은 언제라도 이 물음을 스스로의 심중에 지니고 산다는 일이다.

 악을 선으로 이겨 나간다는 것은 모든 윤리 도덕 양심의 주장이다. 예로부터 뜻있는 사람들은 그 주장과 신념을 지켜 왔다. 그러나 여기에 귀중한 제한이 추가되어 있다.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사용함이 없이…」라는 것이다.  만일 수단과 방법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수단과 방법을 낳게 되며, 그 수단과 방법이 쌓이면 마침내는 선에의 길에 악의 씨를 떨구게 된다.

 우리는 진리는 참되게라는 과정에서만 가능하며 선은 선한 과정과 방법에 의하여서만 열매를 가져오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제 참됨이 없이 진리를 찾으며 착함이 없이 선의 열매를 얻는다면 그보다 잘못된 모순,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수단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혜는 곧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수단이 수단을 몰고 나와 세상이 온통 수단과 방법, 모략과 정책으로 가득 찬다면 그 뒤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 힐티는 인격과 성실과 사랑에 의하여 모든 사회악을 이기고 선한 질서를 확립해 가자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소크라테스도 사형을 벗어나 생명을 연장하려는 방도를 택하지 않았고 그리스도도 하나의 수단이나 방법도 없는 일생을 살아 갔다. 과연 귀하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중에서도 힘이 미치는 한,수단과 책략이 없이 선한 사회를 건설해 나가려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이 살아 간 뒤에는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남겨 질 것이며 그들이 남겨 준 일터에는 언제나 흐뭇한 인생의 값이 풍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종교, 교육의 사회가 아니라 실업, 경제, 정치계에 있어서까지도 수단과 방법을 뒤로 미루는 삶의 태도가 인정을 받는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젊어서 이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잊을 수 없는 생활의 지침과 뒷받침을 그의 사상으로부터 얻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교훈은 비단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라도 필요하고 값진 교훈이라고 믿고 있다. 오직 그대로 잘 살지 못함을 섭섭히 여길 뿐이다.  많은 이들이 이 교훈을 좌우명과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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