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설(養蠶說) / 윤 오 영
어느 촌(村)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환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방에서 누에가 뽕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퉁어서 뽕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다. 이때 뽕을 충분히 공급해주어야 한다. 며칠을 먹고 나면 누에 체내에 지방질이 충만해서 피부가 긴장되고 윤택하며 엿 빛을 띠게 된다.
그때부터 식욕이 감퇴된다. 이것을 최면기(催眠期)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단념을 해 버린다. 그러고는 실을 토해서 제 몸을 고정시키고 고개만 들고 잔다. 이것을 누에가 한 잠 잔다고 한다. 얼마 후에 탈피(脫皮)를 하고 고개를 든다. 이것을 기잠(起蠶)이라고 한다. 이때에 누에의 체질은 극도로 쇠약해서 보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시 뽕을 먹기 시작한다. 초 잠 때와 같다.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최면, 탈피, 기 잠이 된다.
이것을 일령이령(一齡二齡) 혹은 한 잠 두 잠을 잤다고 한다. 오령(五齡)이 되면 집을 짓고 집 속에 들어앉는다. 성가(成家)된 것을 고치라고 한다. 이것이 공판장에 가서 특등, 일등, 이등, 삼등, 등외품으로 평가된다. 나는 이 말을 듣고서, 사람이 글을 쓰는 것과 꼭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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