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4회 반딧불세미나 관련자료
제4회 반딧불 문학 세미나 |
일시 : 2015년 7월 17일, 오후 6시
장소 : 문의향교
주최 : 푸른솔문학작가회
진 행 순 서
저녁식사 (참석자 전원) -------- 6시 ~ 6시40분
인사말씀(사회자) -------- 6시 40분
시낭송/수필낭송(김정숙/이정식) -------- 6시50분 ~ 7시
주제토론(김홍은 교수님) -------- 7시 ~ 7시20분
* 지역발전과 연계한 푸른솔문학 발전방안
5. 세부과제1 토론(작가회장) -------- 7시20분 ~ 7시50분
* 청소년백일장 발전방향
6. 다함께 부르기(참석자 전원) -------- 7시50분 ~ 8시
7. 세부과제2 토론(작가회장) ---------- 8시 ~ 8시50분
* 우리수필의 현주소와 미래
8. 마무리 인사(사회자) ---------- 8시50분 ~ 9시
※ 사회자 : 임미옥
주제토론 관련자료
「생생 문화재」,「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만들기」사업 공모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직접 보고(觀, see), 느끼고(感, feel), 즐길(樂, enjoy) 수 있는 「생생 문화재」,「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만들기」프로그램의 2016년도 사업 공모를 오는 9월 7일까지 시행한다.
「생생 문화재」,「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만들기」사업은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에 체험․관람․교육․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모든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기쁨을 나누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자리를 마련하여 ‘문화융성’을 체감할 수 있는 문화재청의 대표적인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국정과제 추진 계획에 따라, 향교‧서원 등 지역의 문화재를 문화관광자원으로 적극 발굴하여 지역사회의 문화수준 향상과 더불어 관광소득 증대,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이에, 2008년 4개소로 시작하여 2015년에는 전국 175개소에 이르는 등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약 30만 명 이상이 참여하여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6년도에 시행할 사업선정을 위한 이번 공모는 ▲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 활용 기획 전문단체가 협업을 통해 지역 소재 문화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형 사업을 기획하여 ▲ 관할 시․도를 거쳐 제출하면 ▲ 문화재청에서 최종 심사하여 선정하게 된다. 공모마감은 오는 9월 7일까지이며, 공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모를 거쳐 최종 선정된 사업은 ▲ 시범육성형(1년 차 사업) ▲ 집중육성형(2~4년 차 사업) ▲ 지속발전형(5년 차 이상 사업) 등 3개 유형으로 나뉘어 사업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게 되며, 홍보지원과 사업지도 등도 이루어진다. 또한, 사업담당자 역량 강화 워크숍, 현장 모니터링, 사업평가와 우수사업 포상 등을 통해 프로그램의 품질을 높이고 해당 문화재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추진된다.
지역 문화재 활용 사업은 문화재가 각종 규제 등에 따른 지역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음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 가능한 문화유산 융복합 활용을 통해, 문화재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문화유산이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계획이다.
세부토론과제1; 청소년 백일장 발전방향
1. 취지설명
진화론 중에 ‘할머니 이론’이란 것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는 할머니가 집에서 손자들을 기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삶의 체험으로 얻은 지혜를 자연스럽게 손자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이것이 오랜 시간동안 유전자에 기록되고 조금씩 발전되면서 인간이 똑똑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지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글쓰기 지혜”만큼 가치 있는 지혜가 없을 것 같다. 청소년 백일장을 발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의무이고,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2. 청소년백일장 개최 현황
가. ‘청남청소년백일장’은 2011년부터 시작, 금년도 4회째 실시
나.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참가 인원이 증가해 왔음
연도 |
초등학생 |
중학생 |
총계 |
2014년 |
4개학교 132명 |
3개학교 69명 |
7개학교 201명 |
2015년 |
4개학교 156명 |
3개학교 82명 |
7개학교 238명 |
* 초등학교 : 문의초, 도원분교, 현도초, 가덕초 이상 4개학교
* 중학교 : 문의중, 현도중, 가덕중 이상 3개학교
다. 참가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각 학교별 스케줄에 맞추어 현장으로 나가서
백일장 개최
* 학교별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동안 시행
라.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시제 선정
연도 |
초등학생 시제 |
중학생 시제 |
2014년 |
선물, 씨앗 |
수학여행, 지갑 |
2015년 |
친구, 어머니 |
안경, 선생님 |
마. 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상은 가능한 많은 인원을 선정
* 초등부, 중등부 각 10명씩 선정: 장원1명, 차상1명, 차하1명, 참방2명, 장려5명
바. 작가회장명의 상장과 5만원 이내의 부상(문화상품권, 문구류 상품)
사. 행사내용 지역언론에 게재, 우수작품은 계간지 ‘푸른솔문학’에 게재,
3. 분석
가. 참가인원이 매년 증가하고 학교의 호응도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나
시행학교가 문의면, 가덕면 소재학교로 제한되어 있음
나. 짧은 시간 동안 쓴 작품을 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창작수준이 매우
높으며 매년 발전하고 있음
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현장에 나가서 백일장을 시행하고 있으나 학교별
시행일자가 달라 시제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
라. 학생들의 관심과 문학열 제고를 위해 시상의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음
마.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제고하기 위해 행사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이 있음
4. 발전 방향
가. 대상학교를 현 2개면에서 청주시 전체로 단계적인 확대
나. 백일장 개최장소를 각 학교 순회 개최에서 문의향교나 기타장소로 단일화
다. 충북도/청주시 교육청과의 협조와 충북일보사의 후원을 통해 시상품격 제고
라. 수상자 및 수상작품 신문 게재와 적극적인 행사홍보 방안 강구
5. 토론 과제
가. 대상학교 확대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발전방안
나. 백일장 장소 단일화에 대한 예상 문제점과 발전방안
다. 충북도/청주시 교육청, 충북일보사와 협조시 예상 문제점과 발전방안
라. 행사일정 및 수상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방안
세부토론과제2; 우리 수필의 현주소와 미래
1. 취지설명
수필이 재밌다. 하지만 어렵다. 4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수필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쓸 수는 있지만 잘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만큼 수필은 다양한 형태이면서도 높고 낮은 층위가 엄존한다. 그래서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은 부족한 지식과 제한된 범위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일회성 제언 수준임을 고백한다.
2. 수필문학의 현실
가. 독서인구와 종이책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수필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여성들의 여가시간 증가로 인해 문학에 대한 관심증대
△ 노/장년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음
* 수필의 매력은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기록을 통해 일회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유일한 장치. 굳이 훌륭한 문학작품은 아니더라도 ‘나의 삶과 인생’을 꽃피워 보려는
방법으로써 수필을 대하고 있다.(수필가 정목일, “한국수필의 기대와 전망”)
※ 2015.1월 기준 한국문인협회 회원수 현황 : 시인 6,601명, 수필가 3,217명, 소설가
843명, 평론가 166명(협회 미등록 회원을 포함하면 시인과 대등한 수준 예상)
※ 시중의 정기간행 수필전문잡지 : 20 ~ 30 종류
나. 수필에 대한 문학적 경시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 근대문학 이후 수필에 대한 질적인 발전은 제 자리 걸음수준이라 평하고 있음
△ 수필쓰기는 가장 접근하기 쉬움(모두들 붓 가는 대로 쓰는 형식으로 알고 있음)
* 수필의 매력이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함
△ 시청각 매체의 발달로 문학의 사회적 풍조가 변하고 있음
* 수필의 자리를 희곡/시나리오가 차지하고 있음(대표적 사례; 신춘문예 공모)
△ 수필의 특성상 정격화/표준화된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 않음
* 광범위한 형식을 망라하고 있어 제 각각의 이론이 성립됨
3. 수필문학의 미래
가. 수필이 전체 문학을 삼켜버릴 것이다.(아나톨 프랑스)
* 수필은 거식증환자처럼 쓰다만 글도 아니고, 마라톤 풀코스처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글도 아니다. 건강미가 넘치는 열두세 장 안팎의 글, 짧지만 인생이 들어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들어있으며, 체험 속에서 건져 낸 값진 의미가 들어있다.
(수필가 이정림, “한국수필의 기대와 전망”)
☞ 문학계에서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양한 수필의 매력으로 인해 다른
분야보다 가장 경쟁력이 높은 문학임이 분명함(수필은 산문의 왕)
나. 미래수필은 인문수필이 될 것이다.
△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문학강좌처럼 인문학적인 감성이 미래수필을 이끈다.
* 묵은 가족사나 개인사보다는 힐링과 비전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민의 자아를 탐색
하는 인문수필이 미래수필이고, 사회성과 실험성이라는 원심력과 주체성과 문학성이란
구심력으로 무장한 수필가가 미래수필가이다.(평론가 박양근, “미래수필”)
다. IT시대를 맞이하여 수필 독자들의 취향이 변하고 있다.
△ 쌍방소통형 글이 대세임 : 사이버공간에서의 특징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임
* 오늘날 수필가는 자신의 일방적인 신념체계나 가치를 독자에게 주입하려고 하기보다는 독자와 대화하고 소통할 실마리를 던져놓는 수준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송명희,「디지털시대의 수필쓰기」)
※ 수필에 대화내용이 그대로 들어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음
△ 다양한 정보와 소식으로 넘쳐나는 디지털세상에서는 쉽고 짧은 글이어야 함
* 카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밴드에는 짧은 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
△ 신선한 자극이나 감성적 충격이 없으면 생명력을 얻지 못함
* 사이버 세계에서 좋은 글이 넘쳐나고 있다.
* 책방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수필집이 넘쳐난다.(너도 나도 책을 쓸 수 있다)
* 『책은 도끼다』 - 박웅현저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트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4. 우리(푸른솔회원) 수필의 현주소
2015년 1월~7월까지 카페에 실린 개인별 대표작 2편씩, 총 50여편을 골라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글들이 타 문학잡지의 글에 비해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였음. 다만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었음
가. 주제 및 소재가 편중되어 있음
△ 삶의 소소한 행복과 관련한 글 : 38%,
△ 옛 추억이나 아련한 사랑이야기 : 30%
△ 현 세태에 대한 반성과 교훈적인 이야기 : 20%
△ 특정소재에 대한 심층적 탐구 : 12%
☞ 수필의 특징인 ‘신변잡기’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결과임. 특히 과거회상이
많고 나이든 사람들의 글답게 일방적 지식전달, 교훈적인 이야기가 주류임
나. 형식면에서 여행기를 쓴 기행수필, 영화/책에 대한 평론적 수필, 서간문이나
일기문과 같은 색다른 수필은 거의 없음
☞ 우리가 생각하는 수필은 일정한 형태로 고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다. 문체/표현면에서 상투적이거나 진부한 표현들이 많았음
☞ 문체는 개인별 특징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움. 단 신선한 표현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됨
라. 맞춤법면에서는 약 20%의 글에서 맞춤법 오류가 발견되고 있음
☞ 다른 사람들과의 진솔한 합평의 기회가 많지 않음을 의미함. 혼자 오탈자를 발견
하기는 쉽지 않음
5. 수필가/평론가들의 수필쓰기 조언
가. 수필가 이철호 : 글쓰기는 군대를 다루듯 글자에 대한 용병술이 필요함
* 한 편의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도 전쟁터에서 전략을 세우고 군사들을 이끌고 싸움터에
나아가 갖가지 병법을 쓰며 군대를 지휘하듯 문학적 용병술이 필요하다.
나. 평론가 정순진 : 수필은 관찰과 상상을 토대로 보편적 진실을 추구하는 양식이다
* 글쓰는 비법을 묻는 사람에게 한 달 동안 뜰에 가득한 꽃나무의 이파리와 꽃술을 모두
세게 하고, 상에 오른 밥과 반찬의 맛을 음미하게 하였다는 왕희지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예리하고 섬세한 관찰이 반성적 성찰과 결합될 때 문학적 상상이 촉발된다
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다. 수필가 김무룡 : 체험과 사유로 빚어내는 것이 수필이다.
* 처음 수필을 배우기 시작하였을 때, 지도하는 선생님께 물었다. “어떻게 하면 수필을
잘 쓸 수 있습니까?“ 돌아온 답은 ”수필적인 삶을 살아야겠지.“ 그리고 20여년이 지나
새로 인연을 맺은 수필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어떤 수필이 좋은 수필인가요?” 받은
답은 “체험에 사유를 잘 버무려 낸 수필”이었다.(김무룡의 “체험과 사유로 빚은 생명”)
6. 발전 방안
가. 다양한 형식의 수필쓰기
* 신변잡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테마수필, 영상수필, 기행수필, 명상수필, 퓨전수필,
탐구수필 등 본격적인 수필문학의 개척과 전개가 필요하다.(정목일, 수필가)
나. 작품 토론/합평을 통한 활발한 소통이 필요함
☞ 전문 수필가가 아니면 자신의 글에 대한 오탈자나 구조적 문제점을 발견해
내기는 지극히 어려움.
※ 문단의 적절한 구조적 변화로 흥미유발, 주의집중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음
* 일반적으로 기(起), 승(承), 전(轉), 결(結) 구도이지만 약간의 순서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특히 서두 효과)
다. 언론매체나 타문학지와의 교류 증대
☞ 충북일보 게재를 통해 글이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음
7. 토론과제
가. 위 발표자료에 대한 반론
나. 다양한 형식의 수필쓰기에 대한 문제점과 발전방안
다. 작품토론/합평을 통한 소통증대에 대한 문제점과 발전방안
라. 언론매체나 타문학지와의 교류에 대한 문제점과 발전방안
낭송시 :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낭송:김정숙)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낭송수필 : 분재(盆栽) 와 옹이(枙)눈
이정식
나무 한그루 꽃 한포기 심을 곳 없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어떻게 이 삭막한 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까. 생각 끝에 궁여지책으로 옥상에다 분재(盆栽)가꾸기를 시작한 것이 20년 전의일이였다.
그때 근교 분재농원을 찾아 기르는 법을 보고 배우기도 했고, 내가 항상 좋아하는 소나무 십년 생 다섯 그루를 구입했다. 어느 정도 기본수형이 잡힌 어린나무를 작은 분에 심고, 귀여운 강아지를 기르는 것 보다 더한 즐거움에 푹 빠졌다.
분재가 살아 숨쉬는 ‘느림의 미학’이라 할 만큼 더디게 자라지만 지금은 수령 30년쯤 되고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산이나 정원에서 보는 낙락장송(落落長松)의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흐뭇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이 소나무를 가꾸면서 곁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햇빛. 물. 영양이 필요한지, 잎과 줄기마다 내 몸에 핏줄이 흐르는 것 같은 수맥이 움직이는 느낌도 받는다.
‘자연의 축소판’ 이요 이동성이 용이한 것이 분재라고 한다, 작을수록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작은 분 안에 생명체를 심어놓고 내손으로 가꾸니 ‘손끝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으로 쓰는 붓글씨나 머리로 창작하는 글짓기와 같은 예술성이 있다고도 여겨진다. 분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생명을 다룬다는 면에서 어느 것보다 더 인간적이 아닐까싶다.
분(盆)안에서 작게 기르자니 모든 것을 정상적인 자람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축소된 분경(盆景)에 느끼는 세계가 너무나 깊은 뜻이 있다. 마치 긴 산문을 압축해 놓은 한편의 시 와 같은 느낌이다. 몇 자 안 되는 시가 긴 소설보다 더 많은 심연의 이야기가 있듯이 오래된 분재를 보면 그와 같은 감동을 받는다. 계절 따라 변하는 모습, 연륜(年輪)의 무게만큼 이나 두터워지는 웅틀붕틀 한 줄기와 표피, 가지 끝에 피는 잎, 노출된 굵은 뿌리를 보면서 세상경험을 많이 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서 연륜이 녹아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분재를 기르면서 자연의 축소판이 되게 하려면 성장을 억제 할 수밖에 없다. 자라는 가지를 자르고 잎을 따주며 분갈이 때는 뿌리를 사정없이 잘라내고 물도 거름도 나무가 원하는 대로 줄 수가 없다. 이렇게 자람을 억제하는 일만 되풀이하는 분재손질이 내 욕심만을 위한 조형미가 되다보니 너무나 잔인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자라는 가지를 내 마음 먹은 대로 벋지 않는다고 전지가위로 무참히 자를 때는 가슴이 뭉클 했다. 내가 기르는 소나무 가지를 구리철사로 칭칭 감아 가지를 휘여 놓고 제때 풀어주지 못한 부분에 철사동가리가 나무껍질 속에 묻혀버렸다. 아뿔싸! 어찌 이것을 몰랐을까. 철사가 묻힌 윗부분이 누렇게 시들었으니 철사를 몸속에 품고 얼마나 아파했을까. 말없는 나무지만 얼마나 나를 원망 했을까.
나는 암환자가 종양을 도려내듯 굵은 줄기를 자르는 큰 수술을 했다.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아 옹이눈이 되었다. 하루속히 그 흉터가 아물기를 바라지만 10년이 넘어도 아물지 않고 옹이눈으로 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나무라도 옹이 없는 나무가 있을까 만은 분재만큼은 조형미를 갖추자니 나무가 자라는 자연에 반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옹이눈은 제때에 철사를 풀어주지 못한 나의 실 수였기에 더욱 내 마음이 괴로워하는 이유다.
나무나 사람도 살아가는 목적이 바람직한 가치를 위한 것이라면 상처를 위한 과잉보호보다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나무스스로 살아나기를 기다려야하지 않을까.
분재의 아름다움은 미관(美觀)에 있지만 잘리고 구부리는 손질과 물, 영양, 눈비, 바람 등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며 사는 인고(忍苦)의 모습을 더 값지게 보는 이가 많다.
파도치는 해변의 구불구불한 소나무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의미가 무엇일까. 해풍을 이겨내고 척박한 바위절벽 틈에 기사회생한 왜소한 소나무! 그 인고의 삶의 가치가 인간의 마음에 독특한 감동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닐까. 어느 곳에 놓아도 아름답고 그렇기에 보고 돌아서 또 한 번 더 보고 싶은 것이 분재의 묘미(妙味) 아닌가싶다.
아직 보잘것없는 분재지만 잔인함과 연민의 갈등 속에 내가 기르는 이 소나무를 나는 무엇보다 지극히 사랑한다. 그 소나무가 옹이눈이 되고부터 볼 때 마다 상처받은 연민의 정이 묻어나 분재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속히 분재가 아픔을 견디고 아름다운 명품이 되기만을 기대한다. 또 나와함께 살아가는 내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오늘도 옥상의 상처 입은 소나무 분재가 옹이눈을 부릅뜨고 자꾸만 처다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하루속히 상처가 아물어 멋진 청솔의 모습이 될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