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스님의 강추회요 강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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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한 성품 알고 나면 원인과 결과는 망상일 뿐
향기로운 불국토 '향반' 모든 중생에게 먹여도 끝내 다 먹일 수 없어
만약 종경에 들어가면 견해 오롯이 하나되어 티끌경계도 부처님 일
모두 한마음의 뜻이니
문 : 부처가 되는 본디 이치가 다만 한마음일 뿐인데, 어찌 다시 문수나 보현의 위치를 '인(因)'이라 하고 부처님 명호를 가진 석가나 미륵을 '과(果)'라 내세우며, 나아가 시방세계 모든 불국토에서 신통으로 온갖 법문을 드러내는 것입니까?
답 : 이는 이름과 위치가 없는데서 이름과 위치를 세우고, 인과(因果)가 없는 데서 인과를 내세운다. 마음이 ;인(因)'이 되고 '과(果)' 도 되면서 마음으로 이름도 드러내고 위치도 내세운 것이다. 이를 '보현관경'에서는 "대승의 인(因)은 그대로 진실한 모습이며 그 과(果)도 진실한 모습이다.라 하고, 이를 풀이한 논에서 "처음에 진실한 모습을 보는 것을 '인(因)' 이라 하고 보고난 것을 '과(果)'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처음도 끝도 다 마음이어서 인과(因果)를 동시에 증득한 것인데 다만 근기가 달라서 보는 게 다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온갖 이름은 드러내더라도 모두 한마음의 뜻이니, 만약 자신의 마음을 떠나 바깥에서 수승하고 현묘한 부처님의 경계를 취한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므로 '화엄경' 게송에서 말한다.
위엄이나 덕을 갖춘 모습으로서
우리 스승 부처님을 보려 한다면
이야말로 눈이 멀어 잘못된 생각
으뜸가는 수승한 법을 알 수 없다네.
(강설) 부처님의 씨앗을 길러 부처님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문수나 보현의 위치를 '인(因)'이라고 하든, 공부해서 깨달음을 완성한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미륵 부처님의 세상을 '과(果)'라고 하든, 이 모든 경계는 다 '한마음' 의 뜻에 있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떠나서 부처님을 찾는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다만 '한마음'의 바탕인 '공성(空性)'만 알면 중생의 알음알이에 의하여 세워진 '인(因)' 이나 '과(果)' 라는 분별된 망상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향기로운 불국토의 '향반(香飯)'
향기로운 불국토의 '향반(香飯)'을 '유마경' 에서 "계(戒) . 정(定) . 혜(慧) . 해탈)解脫) . 해탈지견(解脫知見)에서 끝이 나오는 공덕을 다 갖춘 사람이 먹다 남긴 것을 모든 중생에게 먹이더라도 끝내 다 먹을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한마음의 진여에서 "끝없이 나오는 이치 오분법신(五分法身)'이 중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 공덕은, 자체의 성품이 공(空)이어서 인연 따라 저절로 드러나는 오묘한 쓰임새이니 어찌그 쓰임새의 끝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 "이 향반을 먹는 사람은 부처님의 세상으로 가려는 마음을 내어 공부하다 그 공부가 성취된 뒤에야 이 향반이 소화된다. 이는 약이 몸의 독소를 제거해 독소가 다 없어져야 약효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온갖 대보살은 금생을 버리고 다음 생에 몸을 받더라도, 마음에 향반의 종자가 있으므로 시절인연을 만나 다시 향반을 만든다. 향반의 종자는 계속 이어져 초지(初地)에 이르면 '번뇌 없는 무루심(無漏心)'으로 미혹을 끊고 진여를 증득하니 이를 일러 '향반이 소화된다'고 하는 것이니, 단순히 음식물이 사라진 것을 '소화된다'고 말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향반을 먹은 사람이라면 범인을 소화시키지 못하겠는가.
(강설) 향반은 한마음의 진여에서 끝이 없이 나오는 이치 '오분법신(五分法身)'을 상징적으로 쓴 말이다. 절에서 아침 저녁으로 음식을 올릴 때 암송하는 예불문의 오분법신향(五分法身香)은 계향(戒香) . 정향(定香) . 혜향(慧香) . 해탈향(解脫香) .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을 다섯 가지를 말한다. '정향'은 맑고 고운 바른 삶으로부터 오는 참으로 고요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금빛 하늘을 바라보는 '선정의 향기' 이다. '혜향' 은 이런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며 분별하는 세상 사람들의 온갖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슬기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의 향기'이다. '해탈향'은 계정혜 삼학을 완성하여 온갖 번뇌를 벗어난 부처님께서 삶의 향기 연꽃으로 온누리에 피어나 모든 중생에게 기쁨을 주는 '해탈의 향기'이다. '해탈지견향'은 부처님의 지견으로 뭇 삶들을 남김없이 제도하는 '해탈지견의 향기이다.
보이는 바다가 다를 뿐
'화엄경'에서 구족(具足) 우바이는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덕을 지닌 해탈문'을 얻어 작은 그릇 하나에도 모든 중생의 입맛에 맞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었다. 또 명지 거사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복덕을 지닌 해탈문'을 얻었을 때, 모든 중생이 두루 모인 것을 알고 잠시 마음을 모아 허공을 쳐다보니, 구하는 대로 모든 것이 하늘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 모인 중생들이 다 만족하였다. 그런 뒤에 다시 온갖 법을 설하였다.
우바이는 그릇 안에서 명지 거사는 허공에서 마음대로 온갖 진수성찬을 내놓으니 음식을 구하려는 중생들은 모두 와서 원하는 음식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음식을 얻어 먹은 사람 모두가 법문의 참뜻을 증득하고 오묘한 도를 성취하니, 한 티끌도 부처님의 일을 다 갖추지 않았음이 없고 한 법도 바른 종지가 오롯하지 않음이 없다 할 만 하겠다.
다만 중생의 마음에 따라 아는 것만큼 응하여 중생의 업대로 발현하니 보이는 바가 다를 뿐이다. 외도는 이를 '자연'이라 보고 범부는 '생사'라 보며, 성문은 '사제(四諸)'라고 보고 연각은 '인연'으로 보며, 작은 보살은 단지 '공(空)'으로만 보고 대보살은 '중도'라고 보며, 모든 부처님께서는 '진실한 모습'으로 본다. 만약 종경에 들어간다면 온갖 견해가 오롯이 하나가 되어 온갖 티끌경계가 부처님의 일이 된다.
(강설)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덕을 지닌 해탈문' 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복덕을 지닌 해탈문'은 한마음의 진여에서 끝없이 나오는 이치 '오분법신(五分法身)'을 상징하는 용어인 '향반'과 같다. '종경' 또한 향반의 다른 표현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