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그 경이로운 신비 ㅡ 랑산 최
여자 그 경이로운 신비 ㅡ 랑산 최
옛 사람들은 젊은(少) 여자(女)를 보면서 묘(妙)하다고 표현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눈여겨보면 놀랍도록 신비하고 오묘한 것이어서 만유인력을 발견하여 과학문명 발전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문학자 뉴턴은 “불변한 우주의 질서야말로 경탄할 기적이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고안하고 만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면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외경심(畏敬心)으로 평생을 살았다고 하며 *이른 봄에 배나무의 여린 우듬지마다 새하얀 꽃이 피는 달밤이면(梨花에 月白하고..) 주체할 수 없는 시정(詩情)에 다정(多情)도 병이 되어 잠 못 들어 하던 시인의 심경도 이해되어 질 듯 한데 이 놀라운 신비경이 어찌 한 알 사과나 한 가지 흰 배꽃 속에 만 숨겨져 있으랴.
수평으로 태어났던 몸이 독특한 볼륨과 곡선으로 성숙해가며 그 내면에서는 모성과 야성의 야누스적 두 얼굴로 인류역사 위에 그려놓은 여인들의 행적을 보면서 *신묘하고 아름다움의 의미로 묘(妙)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가녀린 몸이 흔들릴 때마다 파도치는 앞가슴처럼 자연과 역사의 구비마다 회오리치는 여심(女心)의 반란이여
달빛처럼 고요하다가 해저와 같이 심연(深淵)이던 것
열화(熱火)와 같이 타 오르고 해일(海溢)처럼 넘쳐나며
모정(母情)처럼 포근하다가 빙하(氷河)와 같이 싸늘해지는 것
종교와 같이 집요하고 맹수처럼 저돌적이며
흐르는 음악처럼 명쾌하고 원시의 동굴같이 암울한 미로(迷路)였다가
왕비와 같이 화려하고 유랑하는 집시처럼 초라한 걸인(乞人)이던 것
전갈의 독침과 양의 솜털을 한 몸에 지닌 존재
한 잎 낙엽을 보며 시인이 되었다가 별빛어린 창가에 서면 철인(哲人)의 사색을 즐기는 존재
권좌와 행운 앞에 요부(妖婦)같이 웃어주고 영웅호걸도 그에게는 왕관을 벗어 놓았던 것.
영원한 불세출의 지혜왕 솔로몬도 이름 없던 동녀(童女) 슐람미와의 사랑을 다 이루지 못했어도 애절한 사랑과 연모의 아름다운 노래는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과 인류구원의 상징적 계시의 환상이라 했었다.
여자의 마음속에 감춰진 서정의 신비는 모순 속의 조화(造化),변화 속의 활화산(活火山) 같아서 어리석은 남성들은 그 신비한 여자의 정체를 확인해 보지 못하고 사랑의 성취만을 감격한 나머지 살며시 눈을 감고 입술만 내어 밀고 있었는가보다.
1960 년경에 프랑스에서는 참으로 기발한 현상 공모가 있었다고 한다.
“남녀가 애정 표현으로 키스를 하게 되면 왜 모두 눈을 감는가.”하는 질문이었는데 많은 응모자 중에서 금상을 받은 대답은 <사랑은 맹목(盲目)이다> 이었고 은상은 <사랑의 수치본능>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딸들이 사회 활동 중에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사귀던 남자친구들을 결혼 후보자라고 집에 대려와 인사를 시켰었는데 우리 부부의 의견은 절대적 반대였고 당사자들의 생각은 절대적 결혼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이었지만 그로부터 3-4개월이 지난 후에는 그들은 절대적 결혼을 성공시키고 부모는 절대적 양보로 끝이 났었다.
마치 어느 사육제(謝肉祭)에 참석했던 여러 쌍의 남녀가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다가 피크타임에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 게임으로 손에 잡힌 상대와 결혼하는 것처럼 뭐라 해도 사랑이란 나중에는 모두 맹목이던 것을...
이성으로 설명되어지지 못할 힘에 이끌려 천지가 진동할 황홀감에 취하고 솟구치는 정염(情炎)의 오열(嗚咽)을 입술에 응집시켜 차라리 눈을 감고 운명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 사랑의 출발이었으니까 결혼을 서두르면서 타산적 산술에 집착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경매장에서 애정과 행복을 매매하는 상행위(商行爲)라는 생각이 든다.
강한 자여, 남성들이여, 영웅들이여!
그대 연약한 여자의 모성적 헌신과 끈기 있는 희생의 포유(哺乳)에 힘입음 없이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낼 수 있었는가. 젊은 여자 그는 참으로 묘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