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매수필

거 울 / 김 한 성

장대명화 2011. 8. 10. 21:54

                                                   거 울 / 김한성

 

  P양은 16세의 나이로 병실에서 꽃잎이 떨어지듯 숨졌다. 불치의 병과 싸우던 소녀의 죽음은 우리들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도 손거울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P양은 손거울과 함께 묻혔다. 그러나 소녀와 손거울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땅속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어 두었기 때문이다.

 

  C전도사는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머리 맡에는 낡은 성경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죽음이 문을 두드리는 순간에도 성경에 눈을 떼지 않았다. 수없이 읽으면서 속사람을 비추었을 성경은 그녀의 영혼을 다듬어 준 거울이었다.

 

  C전도사는 성경과 함께 묻혔다. 그렇지만 그 맑은 삶과 성경이야기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땅속이 아닌 성도들의 마음속에 묻혀 오래오래 존경을 받았다.

 

  어머니는 소중히 간직하던 거울이 있었다. 언제, 어떤 사연으로 생긴 것인지 모르지만 열심히 닦으셨다. 그리움도 함께 닦으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거울이 있던 자리에 성경이 놓여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는 자주 성경을 읽는다. 열심히 거울을 닦던 그 때마다 더욱더 자주 또 다른 거울에 영혼을 닦고 계신다. (창작문예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