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명상 수필에 대해
명상 수필에 대해 / 정목일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담은 글을 말한다. 시, 소설, 희곡은 상상을 바탕으로 인생을 담는 픽션이지만, 수필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므로 논픽션으로 분류되곤 한다.
나는 사색 수필, 명상 수필을 좋은 수필이라고 생각한다. 신변잡사의 기록성에 가까운 글보다 인생적인 사색과 명상이 담긴 수필이 마음에 든다. 좋은 수필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의 개별적인 독서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명상 수필은 어떤 대상, 일, 사건, 관념, 화두에 대해서 집중적인 관찰, 사색, 대화, 발견, 추구, 탐구 등을 펼쳐낸다. 특정한 일이나 사건 등이 관심사가 아니라, 상상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대개 '수필'을 '작가의 체험을 담은 글'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의 체험을 통한 '인생 발견과 의미부여'로 보고 있다. 수필은 주관성, 개인성, 서정성, 기록성을 띤 문학이다. 수필과 에세이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양의 수필과 서양의 에세이는 다른 개념의 글이다. 수필은 객관성, 논리성, 사회성을 띤 에세이와는 다른개념을 지닌다. 체험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상상을 근거로 하는 문학과는 달리 창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수필에 있어서 '상상'은 보석이나 다름없다. 사실이나 체험의 기록이라면 기록문이나 역사일 것이지만,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인생적인 발견과 의미, 견해와 미의식이 담겨서 총체적인 묘미를 맛보게 한다. 작가의 체험을 통한 인생적인 사상, 철학, 인생관, 가치관, 상상력이 합쳐져서 깊이와 폭이 확대되는 것이다.
오늘날 수필의 저변 확대에 따라 양적 팽창보다 질적 수준이 못미치는 형세를 보여, 수필에 대한 폄훼가 보이곤 한다. 문학에 있어서 '상상력'에 의해 '창작성'과 '문학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는다면, 수필도 픽션 류의 문학 장르에 뒤질 까닭이 없다.
수필은 어느 문학 장르보다 인생을 본질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신의 얘기나 사상일지라도 종국에선 인생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간의 삶은 생각과 행위(일)로 양분된다. 생각과 일(행위)은 상반과 합일을 이루면서 드러나기도 하고, 잠적되기도 한다.
문학은 '인생의 표현'임으로 체험과 상상이 바탕이 아닐 수 없다. 수필도 말할 것 없이 '인생의 반영'이므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픽션이든지 논픽션이든지 형식상의 구분에 상관없이 문학에서 '체험'과 '상상'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명상 수필'에 있어선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기 보다는 '상상', '사색'에 의한 자유자제의 상상세계를 펼친다는 점에서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체험과 상상의 상관은 실체와 그림자처럼 하나이면서 두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수필을 보면 체험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 기록성에 가까운 글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상상이 지배하는 수필선에선 체험성이 약한 반면 관념적이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수필을 쓸 때생각해 보아야 할 일은 체험과 상상의 안배와 균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수필문학을 대함에 있어서 '체험의 기록'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되 상상력을 통한 의미의 꽃을 피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사색 수필', '명상 수필'의 경우엔 '체험'보다 '상상'을 바탕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픽션문학 보다 한 수 위의 본격적인 '상상세계'를 보여준다. 서양의 에세이 원조로 불리는 몽테뉴의 <명상록>이나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톨스토이의 <인생론> 등은 수필문학의 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고전 중의 <동문선>을 비롯하여 이규보 등 문장에서 명상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한국수필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좋은 명상수필이 나와 독자들이 기대와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