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의 의미 / 정목일
수필 쓰기의 의미 / 정 목 일
수필을 쓸 때마다 감회가 다름을 느낀다.
수필은 삶의 한 부분에 불과할 지라도, 인생의발견과 의미가 담겨 있다. 수필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날마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면과 만나지만, 내면을 만나기 위해선 수필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수필을 쓰려면 마음속에 촛불을 켜야 한다. 촛불이 켜진 자리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중심점이다. 작가인 내가 주인공인 나를 살피고 있다. 사색의 한복판에 앉아야 한다. 그 곳에 내면의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이 있다. 마음의 거울이 깨끗하고 청결하여야 영혼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사소한 일상의 흥미와 쾌락에 빠져서 수필을 쓰지 못한다면,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없고, 삶의 발견과 의미도 놓쳐버린다.
수필을 쓰려면 마음속에 샘을 파두어서 맑은 샘물이 품어 올라야 한다. 정화수井華水로 마음을 씻어내 투명하게 해놓아야, 생각이 막히지 않고 뿜어 오른다.
수필의 바탕은 진실과 순수이다. 수필가는 부단히 마음의 때와 얼룩과 먼지를 닦아내야 한다. 마음의 연마, 인생의 연마가 있어야 제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수필만큼 삶을 확장시키고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영원과 대화할 수 있는 벗이 없을 성 싶다. 수필은 마음을 맑게해주는 정화수요, 안정과 평화를 안겨준다. 수필은 고백과 토로를 통해 갈등, 반목, 대립, 원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치유사治遊使가 돼주기도 한다.
수필쓰기를 통해 얻는 기쁨은 스쳐가는 시 . 공간을 보면서 인생을 발견하고 있다는 자각이다. 수필을 쓰면서 이 순간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영원의 숨결을 의식할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수필쓰기는 살아 있음의 지각이요, 그 표현이다.
수필가는 원대한 꿈과 패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의미를 꽃피우려 할 뿐이다. 수필쓰기는 진실의 숨결, 인생의 발견, 미학의 창조, 의미의 부여가 아닐까. 스스로 한 송이씩의 인생이라는 의미의 꽃을 피워내는 일이다.
수필쓰기는 일상 중에서 의미의 금싸라기를 찾아내는 일이다. 탐욕에서 벗어나 마음의 눈이 밝아야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캐낼 수 있다. 수필은 상상을 통해 꾸며내는 세계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인생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세계이다.
수필은 체험의기록이 아닌, 체험을 통한 인생의 해석이요, 의미 부여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사상, 철학, 인격, 미의식, 사색이 합해져야만 개성과 창조성을 보여준다. 수필이 사실을 근거로 형상화 되지만, 각자의 개성과 인생에서 얻어진 발견과 깨달음으로 이뤄짐으로 독창성을 지닌 문학이다.
시와 소설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체험을 보태여 창의성을 형상화한 세계라면, 수필은 체험이란 사실을 바탕으로 수필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보태서 형상화한 세계이다.
수필은 서정수필, 논리수필, 서사수필이 있는가 하면, 일기문, 서간문, 기행문, 감상문 등이 포함된다. 또 시적인 수필, 소설적인 수필, 희곡적인 수필, 동화적인 수필, 비평적인 수필이 있다. 타 문학 장르와 구별되는 경계는 시, 소설, 희곡, 동화와는 달리 논픽션이라는 점이다. 수필은 체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과 창조의 세계를 보여주며 형식과 분량이 자유롭다.
수필을 쓸 때마다 자질의 부족을 느끼곤 한다. 인생 경지의 미숙, 무성실, 무능력, 무의식 등으로 소중한 시간과 인생을 헛되이 허비하고 만 자책감을 갖곤 한다.
수필을 쓸 때, 수풀 속에 한 송이 풀꽃이고 싶다. 풀꽃이 되어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이 편안하다. 눈부시고 화려하지 않을 지라도 은근하고 삼삼한 빛깔과 향기로 일생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피워내고 싶다. 한시성의 삶을 지닌 인간에게 영원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체험을 통해 인생을 발견하고 의미를 캐낸 수필이란 한 송이의 꽃이 영원의 세계로 향기를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