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삶의 지혜

구름 / 조병화

장대명화 2011. 5. 21. 10:17

 

                        구름 / 조 병 화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 않는 까닭은

    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어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 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혼자 내가 떨어져 있는 까닭은

    가진 것도 없고, 머물 곳도 없지만

    한없이 둥 둥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 없이 오만한 너의 인간의 자리

    허영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너의 거드름을 피하여

    이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

 

   아, 이 무구 무한한 하늘

   내가 너를 멀리하고자 하는 까닭은

    가진 것도 머물 것도 없어도

   홀로 마냥 떠 있을 수 있는

   넓은 그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