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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미(女性美)에 관하여 / 유 진 오

장대명화 2025. 4. 8. 15:20

                                             여성미(女性美)에 관하여 / 유 진 오

 

女性美도 美의 일종이요 美는 價値의 일종인 이상, 여성미도 普遍妥當性을 가진 것이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즉, “야, 美人이다” 하는 칭송을 듣는 사람은 누가 보아도 미인이어야만 참으로 미인의 값을 지닌 미인이라 할 것이다.

 

옛날부터 미인의 표본처럼 일컬어져오는 클레오파트라네 西施네 하는 여자들은 그러한 보편타당적인 미인임에 틀림없으리라 믿어지지만, 사실 요새 미녀로 이름난 여배우들의 사진을 보아도 미인이 아니라는 반론을 세우기는 힘들 것 같다.

 

아름다운 여성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원칙을 부인할 용기는 없다. 그러나 모든 가치는 궁극에 가서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여성미의 표준도 결국은 상대적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미녀로 뽑힌 미인이 내 눈에는 도무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고, 누가 보아도 醜女로 보이는 여자를 그에게 반한 남성은 둘도 없는 미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몇 十년 전 나에게 심리학을 가르쳐 준 선생님은 ‘미인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남자가 자기 자신의 美의 이미지를 여자 위에 던져놓고 그 여자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사실은 자기 자신이 던져놓은 이미지를 보고 있을 때 생기는 착각’이라는 명강의를 들려주셨다.

 

한때 西洋의 近代文物이 물밀듯 東洋으로 밀려들어오던 시기에 미인의 표준도 함께 수입되어서, 明治·大正 시대의 日本 화가들은 일본 여자의 얼굴과 몸을 서양 여자처럼 그리느라고 땀을 뺀 일이 있었다. 一九三十년대에 고이데(小出)라는 화가가 절구통같이 굵고 짧은 다리에 솥뚜껑 같은 발을 가진 裸女를 그려 내놓았을 때 세상이 깜짝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 동양 여자가 세계 미인대회에서 一등을 차지할 만큼 미인의 폭이 넓어진 것은 相對主義的 世界觀을 기초로 하는 民主主義의 발전을 위하여 경하할 일이다.

 

미인의 표준이 상대적일 뿐 아니라, 도대체 여성미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에 美의 표준을 어디다 두고 하는 것인가를 검토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얼굴, 몸집 등 용모가 중요한 표준이 됨은 말할 것 없지만, 여성미의 표준은 결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격, 성품, 교양, 건강, 경력, 직업, 환경 등까지도 한 여자의 미인 여부를 판정하는 데 중요한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얼굴이 남보다 잘생겼다 하여 뽐내다가는 큰 코를 다치기 알맞을 것이고, 반대로 얼굴이 남보다 못생겼다 하여 비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미덕과 건강으로써 용모의 열세를 회복하고도 남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용모미, 인격미, 교양미, 건강미 등의 美의 내용에도 가지각색이 있을 것이지만, 여성미라 하면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價値評價이고, 사람이란 合目的的 활동에 의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바탕, 素材를 얼마든지 향상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타고난 美(자연미)와 가꾸어 놓은 美(인공미)를 구별하고 비교해 보는 것도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세상에는 사람이 타고난 그대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더 도덕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있는 듯하지만, 나는 美란 역시 가꾸어야 하는 것으로 믿는다. 데카당의 시인 보들레르는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모두 理性과 計算의 결과(浪漫派藝術論)’라 하여 Maquillage(化粧)의 효능을 강조하였는데, 이 命題에는 나도 동감이다. 다만 그 마키아지는 반드시 세련된 調和를 얻은 것이라야 한다. 분과 연지를 처덕처덕 바르고 루주를 시뻘겋게 바르는 것으로 금방 미인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가꾸어진 美는 어디까지나 ‘理性과 計算의 결과’라야 한다.

 

그러한 인공미의 챔피언으로는 아마도 마를렌 디트리히를 들어야 할 것이 아닐까. BOAC가 신형 여객기 선전 광고에 쓰기 위하여 디트리히의 다리(脚) 사진(上半身은 나타나지 않는) 한 장을 찍는 데 十만 불을 낸 것도 까닭 있는 일이다. 그 다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가지고 나온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최고의 知性과 審美眼과 創造的 能力을 종횡으로 구사하여 수십 년간 노력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玉도 갈아야만 광채가 난다”2)는 말은 하필 勉學에만 한해서 쓰여져야 할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