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명화
2023. 2. 24. 10:11
해와 관련된 순우리말
◆ 갓밝이 - 새벽 동이 틀 무렵의 희끄무레한 상태. 지금 막 밝아진 때.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을 흔히 '여명(黎明)'이라고 한다. 이것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바로 '갓밝이'다. '금방'또는 '지금 막'이라는 뜻을 가진 꾸밈말 '갓'과 '밝다'의 명사형인 '밝이'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 '갓난아기'의 '갓'과 같은 이치이다.
예)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김 씨는 날마다 갓밝이에 벌써 쇠꼴을 한 바지게나 베어 짊어지고 사립짝을 밀고 들어온다.
◆ 돋을볕 - 해돋이 무렵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
간밤의 어둠을 밀어내면서 부드럽게 세상을 비추는 돋을볕은 상서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해돋이 때 처음 비쳐 드는 빛을 '햇귀'라고도 하는데, 두 말의 느낌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돋을볕이 햇볕의 힘찬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면, 햇귀는 소중하고 존귀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예) 매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은 기실 해돋이 때 뿜어져 나오는 돋을볕을 보기 위해서 명산의 꼭대기나 동해 바닷가로 모여든다.
◆해거름 -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질 무렵.
해거름은 '해'와 '거르다'가 결합된 말이다. '끼니를 거르다'라는 말처럼 '거르다'는 뭔가를 차례대로 해가다가 중간에 어느 자리를 빼고 넘기는 것을 말한다. 즉 해거름은 한 일도 없이 하루간 건너뛰듯 지나가 버린 것을 뜻한다. 해와 관련된 우리말을 자세히 보면 해가 떠 있는 동안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해거름은 해넘이보다 조금 앞선 때를 가리킨다. 해거름은 이미 해가 서쪽 산마루에 걸려 있어서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하던 일의 아귀를 지어야 할 때다.
예) 점심 먹고 바로 밭으로 온다던 서방님은 해거름이 다 되어서야 불콰한 낮을 하고는 갈지자걸음으로 나타났으니, 그 꼴을 본 아낙은 속이 끓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 해바라기 -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는 일.
따사한 햇살도 사시사철 무한정으로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를 비추지는 않는다. 흐린 날. 궂은날 다 지나고 구름 걷힌 뒤에야 그 따뜻한 기운을 비로소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그래서 햇볕은 더욱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해바라기는 해와 사람의 가장 직접적인 만남이다. 겨울을 지난 봄철에는 하루가 다르게 해가 길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따사한 봄볕이 내리쬐기 시작할 무렵 도심지 공원 한구석에서 해바라기 하는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볕뉘를 쬐면서 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예) 날도 좋은데 그렇게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옥상에 올라가서 해바라기라도 하렴!
◆ 햇발 - 사방으로 뻗친 햇살.
빗발, 눈발, 서릿발 등 날씨와 관련된 말 뒤에 붙는 '-발'은 당찬 기세를 뜻한다. 따라서 햇발은 기세 좋게 강하게 뻗치는 햇살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예컨대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내비치는 햇살을 햇발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사방으로 펼쳐진 햇살만을 햇발이라고 부른다.
예) 우리가 탄 자동차는 노해에 떨어지는 따가운 햇발을 받으며 해변을 따라 달려갔다.
출처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 사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