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매수필

어느 소년의 사랑이야기 / 장 생 주

장대명화 2022. 5. 1. 23:04

                                                    어느 소년의 사랑이야기 / 장 생 주

 

  한 남자가 대학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간암으로 죽을 지경이 된 것이다. 백방으로 치료를 해 보았지만 이젠 병원에서조차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손을 들 지경이 되었다. 젊은 목숨. 꿈도 다 이루지 못한 삶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런데 살 수 있는 길이 딱 한 가지 있단다. 수술을 받으면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건강한 생간을 이식시켜야 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의 간 한 쪽을 떼어 내 줄 것인가. 그렇다고 어디 가서 돈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 남자는 하는 수 없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누나! 내가 나설까?"

  "네가 무슨 재주로......"

  "내 간을 떼어 주지 뭐."

  "네 간을? 정말 네가 간을 떼어 줄 수 있어?"

  "응!"

  고등학교 1학년생인 소년은 간 조직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병든 그 남자와 같았다. 소년이 마음만 먹으면 그 남자에게 간 한 쪽을 떼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엄청난 수술비도 문제였고 수술을 한다고 해도 다른 환자들은 90%의 확률로 나을 수 있다는데 그 남자는 수술을 한다해도 생존률이 60%. 어쩌면 무모한 짓인지도 몰랐다.

  드디어 수술을 받는 날. 소년의 학교 친구들이 병원으로 몰려와 기도를 드렸다. 그 남자와 나란히 누워 손을 잡고 있던 소년에게 큰누나가 말을 걸었다.

  "괜찮겠니?"

  "응! 누나."

  소년의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자기네 친형제도 선뜻 나서지 않는데 어린 자신이 나서서 행여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어쩔거나 싶었다.

  "의사 선생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성공입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그 남자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작장에 나갔고 소년은 다니던 광주 고려고등학교를 잠시 휴학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큰누나가 찾아 왔다.

  "고맙다. 정말 너 때문에 너의 매형이 살게 되었구나."

  오늘따라 꼭 잡은 큰누나의 손길이 더 따스하다, 순간 큰누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