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매수필

모닥불과 개미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장대명화 2021. 11. 15. 08:07

                                                              모닥불과 개미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썩은 통나무 한 개비를 집어넣었다. 그러나 미처 그 통나무 속에 개미집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통나무가 우지직 타오르자 별안간 개미들이 떼를 지어 쏟아져 나오며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놈들은 통나무 뒤로 달리더니 넘실거리는 불길에 휩싸여 경련을 일으키며 타죽어 갔다.

  나는 황급히 그 통나무를 모닥불 밖으로 내던졌다. 다행히 많은 개미들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어떤 놈은 모래 위로 달리기도 하고, 어떤 놈은 솔가지 위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개미들은 좀처럼 불길을 피해 달아나려 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난 개미들은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그 통나무 둘레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 어떤 힘이 그놈들을 내버린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일까.

많은 개미들이 활활 타오르는 통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통나무를 붙잡고 바둥거리면서 그대로 거기서 죽어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