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택 교수의 초기불교 순례ㅡ초기불교 특징
불교의 가르침은 '사성제'가 바탕
초기불교는 우리에게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역사적 사실만을 말하자면 2500년 전쯤 인도에서 시작되었으며,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인물과 그의 제자들에 의해 주도된 개혁적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남방의 상좌부에서는 바로 이것만을 순수한 불교로 간주하는 반면 대승불교에서는 그 이후에 성립된 가르침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편 더욱 후대의 밀교 등에서는 초기불교의 역사성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석가모니 부처님 또한 비로자나불의 화신(化身)으로 간주할 뿐이다.
세계의 종교사를 통틀어 불교만큼 스스로에 대해 이와 같이 다양한 시각을 용인하는 종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점은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대책 없는 상대주의'라는 또 다른 편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상대주의에서는 동일한 사태에 대해 서로 모순되는 주장들을 용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주의적 논리는 결국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고 만다. 상반되는 입장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다보면 보편적 진리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것은 일관된 목적과 방향을 흩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불교라는 이름 아래 전해지는 다양한 이질적 가르침들은 심각한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실로 잇는가." "만약 부처님이 계신다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실까." "불교에서도 다른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단 사냥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초기경전에는 이러한 고민을 말끔히 씻어 줄 가르침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성제(四聖諦)이다. 즉 모든 인간이 괴로움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苦聖諦), 그것의 원인은 내면의 탐욕과 무지에 있다는 것(集聖諦), 그러한 괴로움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滅聖諦),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존재한다는 것(道聖諦)이다. 사실 사성제는 모든 유형의 불교적 가르침에서 전제가 되는 것으로, 이것만큼은 상대주의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괴로움을 극복하는데에 오로지 주력해온 불교라는 종교의 보편적 성격을 확인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불교의 궁극 목적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극복케 하고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불교에서는 중생구제라는 일관된 목적 아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 시대적으로 혹은 지리적으로 각기 다르게 나타난 불교적 가르침들은 결국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초기불교의 특징 또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간명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어느 불교에서보다도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괴로움의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초기불교에 대해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임승택 교수 ㅡ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경북대 철학과에 재직 중이다.
오랫동안 요가수행을 지도했으며 미얀마의 위빠사나센터에서 수차례에 걸친 안거를 마쳤다.
인도의 고전적인 '바가바드기타 강독'을 비롯해 '빠띠삼비다막가 역주' 등 40여편에 이르는
역 .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