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치마 ㅡ 오경희
행주치마 / 오 경 희(연변작가)
독자들 기억속에 행주치마는 어떤 빛으로 채색되고있을까? 행주치마를 모성애의 기발이라 할까? 외유내강의 백의민족어머님들의 자화상이라 할까.
임진왜란때 행주(幸州)산성에서 어머님들과 함께 돌을 날라 군사를 도왔던 행주치마, 가난에 쪼들렸던 지난 세월 행주치마가 어머님들이 흘린 눈물을 제일 먼저 받아안았다면 오늘 행주치마는 땀과 정성, 그리고 희생으로 가정을 꿋꿋이 지켜가는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으리라. 어머님들의 마음의 고통, 마음의 즐거움을 함께 했을 행주치마였기에 화가들은 조선족여인상을 그려라면 한결같이 행주치마를 입은 여인을 그렸다 한다.
행주치마는 덕을 지녔다.
고생에는 남먼저 나서고 향수엔 남뒤에 선다. 화려한 장소에서는 그의 얼굴 찾아볼수 없지만 어지럽고 힘든 일에서는 제일 먼저 그의 얼굴 볼수 있었지 않았던가. 어머님들이 집안청소 때나 빨래할 때 밥지울 때 먼저 챙기는것이 있다면 행주치마였으니말이다.
그만큼 행주치마는 통치마의 완미함에 감동하며 주부들의 편리대로 치마우에 덧입혀져 통치마 대신 어지럽혀지면서도 낯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앞면만 있고 뒤면이 없는 모자람을 마음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행주치마는 주부들이 쏟아놓는 공허한 마음도 담아줄줄 알고 부부간 찡냄도 못들은척 허물을 감싸줄줄도 안다. 주방아줌마가 삶은 고기를 썰다가도 한점 줴먹고 손을 쓱 닦아도 눈감아주고 료리할 때 고추물 튕겨도 눈물 찔끔 짤뿐 푸념질 안한다.
행주치마는 아줌마의 불룩한 배는 가리워주어도 큰 엉덩이만은 가려워주지 못하여 통치마의 신세를 본다고 말할줄도 안다. 행주치마의 부족점이라면 분망한 분위기를 조성하는것일게다 .
행주치마는 주부들이 끓이고있는 된장찌개도 검식할줄 알며 삶이 지겨워 내는 달그락 그릇소리도 아름답게 들을줄 안다. 어찌다 저지른 자식들의 실수도 막아주며 피식 웃을줄도 안다.
행주치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주부들이 오늘은 즐겨 입다가 래일은 색바래졌다고 내팽개쳐도 입혀졌을 때 주인아줌마에게 편리를 준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나도 집식구들에게 나아가 사회에 편리를 갖다주는 삶을 살순 없을까.
행주치마는 주부들이 가끔 부리는 건방짐도 다스릴줄 알고 가족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감도 퍼올릴줄 안다. 주부들이 터밭에 나갈 때 보잘것 없는 행주치마라도 애용하면 기뻐하며 손에 넘쳐나는 오이랑 가지랑을 담아주며 극성스럽다. 그의 봉사로 아침밥상 차례지고 가정의 뜰안은 향기가 넘쳐난다. 행주치마는 그를 필요로 하는 이웃이 있어도 기꺼이 깔리우고 구겨지고 젖어져도 온 몸을 다 맡기는 마음자세를 언제나 가지고 산다.
행주치마는 포대기다. 세상살이에 지쳐 누운 남편의 신음소리까지 덮어줄줄 아는 행주치마는 오래 덮었던 편안한 포대기다. 애들이 엄마 무릎에 누워 잠투정할 때도 포대기가 자장가에 박자를 맞춰 살랑살랑 흔들리며 애들에게 꿈길을 인도해준다. 그 포대기에 안겨 세상의 아들딸들은 무병하게 잘도 자라는것이 아닐까. 막내가 차지하고 남은 또 하나의 넉넉한 엄마의 손이라면 포대기의 끝자락이였으리라.
행주치마는 날개다. 엄마들이 펼치는 아롱다롱한 무지개꿈이 배인 날개깃이다. 주방에서 살랑 깃을 펼치다가도 창공에로 훨훨 날아예는 넓은 날개다.
행주치마는 갑옷이다. 어지러운 일에 선봉인 평화의 정교한 갑옷이다. 식구들에게 맛갈스런 음식들을 만들어주는 <<행복한 전쟁>>에 뛰여든 갑옷이다.
행주치마는 기발이다. 자식들의 기억속에 빨갛게 펄럭이는 가정을 지키는 기발이다. 온갖 세파에 휘말려도 넘어지지 않는 모성이 지키는 승리의 기발이다.
행주치마, 행주치마에는 감정만이 아닌 책임과 희생, 그리고 내가 아직 발견해내지 못한 깊은 의미들이 포함되여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