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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想像)과 생각 / 임 병 식

장대명화 2020. 9. 30. 03:53

                                            상상(想像)과 생각 / 임 병 식

 

  상상(想像)과 생각에 대해 떠올려보는 때가 있다. 생각이 깊어지는 때이다. 이 둘 사이는 무엇이 같으며 무엇이 다를까. 이것은 비슷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상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이나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며, 반면에 생각은 헤아리고 판단하고 의식하는 것 따위의 정상적인 활동이다. 다시 말해 결론을 얻으려는 사유의 과정이다.

  그러면서 이 두 단어를 표기하는 한자를 생각해 본다. 한데 이 상상을 한자로 쓸 때 '想像'으로 쓰는 건 맞으나, '生覺' 으로 쓰는 건 부적절하다. 사전을 펼쳐본 사람이면 급방 알 것이다.

  언어의 변천사를 들어보면 중세에 사랑한다는 말은 생각 사(思)와 사랑 애(愛)자가 합쳐져서 쓰였다고 한다. 한데 이것이 나중에 조금 더 확대되었단다. 그러고 보면 생각은 상상 속에서 떠올린 것이 어떤 줄기가 생겨나서 하나의 다른 단계로 진입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그 방향성과 깊이가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제자리로 돌아와서, 생각은 한자로 표기하지 않는다. 한자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말을 생각하면 한자어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아무래도 태생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의식주 뿐 아니라 언어생활도 중요하다. 그리고 때때로 상상과 바른 사고, 자유로운 생각도 필요하다. 러시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솔제니친은 스탈린에게 비판적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갔다. 그리고 혹독한 고생을 하였다.

  그는 출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고 한다 “상상력이 나를 살렸다.” 그러니까 그가 부자유한 감옥에서 버티게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갇혀 있었음에도 무수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상상력을 끝없이 하고 활용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이 있다. 전장에 나선 나폴레옹은 험준한 알프스산을 넘으면서 목이 말라 고통 받은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단다.

  “저 너머에는 살구나무가 있다”

  그리하여 침샘을 자극시켜서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상상력은 사람을 살리고 현실을 반전시켜놓기도 하는 것 같다. 생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하나, 상상하며 사는 것이 아무리 돈 안 들면서 거두는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마냥 좋은 건 아닐 것이다. 비뚤어진 상상, 허망한 생각은 오히려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일전에 신문에 난 기사이다. 어느 독거자는 방안에서 죽은 지 백골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그 옆에는 사 모은 수백만원어치의 복권이 있었다고 한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서도 행운을 바랐는지는 몰라도 무모한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 이런 무모함이 아니라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상상, 바람직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인생에 활력을 주고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면 마치 덩치 작은 수캐구리가 자기보다 큰 암놈의 등에 올라타 앞다리로 겨드랑이를 붙들고서 끝내 방사에 성공하듯이 좋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지 않는가.

특히 글을 쓰는 것을 문업으로 하는 작가는 더욱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나는 어느 대도시 문학단체에서 엮은 동인지를 받아 본 바가 있다. 일별하여 보니 그렇게 마음에 담아둘 만한 것이 없었다.

  특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작가 자신를 과대포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기 호흡과 격에 맞는 글을 써야 함에도 그렇지를 못하니 감응이 되어오는 게 없고 “왜 이 모양이지”하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그런 중에 하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기에 급급할 뿐, 독자가 끼어들어 사색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음이 느껴졌다. 말하자면 상상력이 발휘되거나 활용이 되지 않고 있었다. 흔히 수필은 체험의 문학이라고 하여 사실의 기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생각에 충실한 듯 했다.

  물론 거짓으로 써서는 아니 되겠지만 장치로서의 상상과 생각은 필요한데 그 점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은유의 할용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무엇은 무엇과 같다’는 직유법도 중요하지만 은유법의 활용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그런 작법태도를 견지하고 활용하여 상상의 나래가 펼친다면 글속에서 풍요롭게 다양한 꽃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수필문학의 풍부를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은 절제하고 상상과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지켜야 할 제 일의의 기본은 자기가 소화 가능한 것을 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고서 자기를 내세우는데 급급하다가는 과식을 하여 좔좔 설사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상상과 생각이란 화두를 떠올리면서 수필문학의 나아갈 길을 짚어보며 감히 제시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