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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게 지고 말 꽃들인데 왜 이리 눈이 부신지. 진정 서러워 발길을 멈춘다. 오늘따라 아기들의 영혼처럼 꽃이 내게 다가온다. '애오개 탈춤놀이'라도 질펀하게 벌어질 것 같다. 옛날에는 광희문(사구문 : 死口門) 밖으로 4대문 안 사람들이 시신을 버렸는데, 아현동 산 애오개는 어린아이들의 시신을 버려서 애오개란 이름이 붙은 곳이다. 마음에 한 번씩 마마(천연두), 염병(장티푸스), 호열자(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돌면, 병이 들어 죽었거나 아직은 죽지 않았어도 의식이 없거나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이들을 항아리에 넣고 애오개에 갖다 묻은 후 항아리 위에 무거운 돌을 쌓아 아이들의 넋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였다. 돌로 항아리를 누르고 돌을 쌓지 않으면 죽은 아이의 넋이 마을로 다시 돌아와 다른 아이에게 해코지를 해서이다. 그 아이들의 영혼이 얼마나 어여쁘면 애오개 탈춤놀이가 생겨났겠는가. 누군가 내 손을 잡고 진달래 속으로 이끌어 들인다. 흥청대며 출렁거리는 버들피리 가락처럼 내 영혼의 대를 잡고 흔들면서 날 데려간다. 진달래가 나를 덮어도 세상에 혼자인 듯 그림자도 없이 오르는 산길. 오르는 길이 너무도 외롭다. 나도 진달래 속에 아기로 서고, 내 항아리 위에 돌을 얹는 어머니가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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