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백오십 시간의 열정

장대명화 2019. 6. 14. 18:36

 

                                                백오십 시간의 열정

                                                                                                                              

   불혹의 나이에 지역사회학교 문예교실에서 수필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충청일보 백목련 코너에 글을 연재하는 행운도 누렸다. 나에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만큼이나 재미 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글을 싣는 순서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내 글이 지면에 인쇄되어 도민들에게 읽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했다. 그러나 그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들은 오래가지 못했고 개인적 사정으로 문예교실의 수업도 중단해야 했다.

 글을 쓰지 않으니 늘 마음이 허전했다.학창시절부터 마음속에 잠재해 있던 수필작가에 대한 꿈은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순의 나이가 되었을 때다. 습작노트를 꺼내 읽어보며 하루하루를 소일하던 어느 날, 문학 활동을 해보라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눈이 번쩍 띄었다. ! 이곳이다 싶어 푸른솔문학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고 충북대 평생교육원 문예 창작 반에 수강신청을 하였다.

 

 개강 첫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강의실의 분위기가 색달랐다. 지도교수님의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정이 많은 분처럼 느껴졌다.

자기소개를 할 때다 선생님! 어서 오셔요!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참 인성도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선생님이란 호칭에 얼떨떨했다. 교수님은 모든 수강생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신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수강생들을 존중하여 주시는 배려 때문에 만들어진 옳바른 풍토라고 믿었기에 더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게기가 되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반 평생교육원 공부하러가는 날은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었다. 마치 내가 청춘시절로 되돌아가 대학생이라도 된 듯 교정을 거닐다 보면 삼삼오오 잔디밭에 둘러앉아 토론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차세대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고, 젊음과 낭만을 만끽하는 청춘들이 한없이 부러웠었다. 야외수업이 있는 날이면 교수님이 마련하여 놓은 근교의 뻐꾹새 우는 농장을 찾아 콩, 참깨, 들깨, 고구마, 대추 등 곡식을 심어 농사체험을 하였다. 원두막에 둘러 앉아 준비해 가지고간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 들리는,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앞산에서 우는 뻐꾸기 울음소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제2회 송강정철 문학축제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 저녁식사를 할 때다. 몇 분 수강생들이 교수님 지도하에 공저출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함께 하자는 권유로 합류하게 되었지만 겨우 입학한 새내기 수강생인 나로서는 뜻밖의 행운이였다. 그러나 문학회 사무실이 없는 처지라 마땅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우리는 의논 끝에 자주 다니는 단골음식집에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장소를 제공하여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150시간의 수업은 눈물겨웠다. 엄동설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주3회로 오전10시에 모여 오후6시까지 공부를 하다보면 식사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였다.

 

  ‘수필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일상에서 나의 경험이나 체험을 창작을 통하여 승화시켜라. 어려운 단어나 미사여구의 문장으로 독자를 현혹시키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 진솔하고 정감 있는 글은 감동을 준다.’라고 말씀하시는 이론수업은 수필을 쓸 수 있다는 격려가 되었다.

  각자 써 온 글을 한 문장 한 문장 다듬어 좋은 글이 되도록 지도하여 주시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어찌 말로 다 할까. 어느 날은 과로로 객혈을 하는 괴로움을 참으며 수업을 진행하시는 걸 보는 제자들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게 출간한 책이 7인 공저 수필집 그 뜰엔 멈추지 않는 사랑이 있네. 수필집이 출간되던 날 150시간의 인내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우리는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자축 하였다. 그 계기가 되어 네 분이 함께 제3회 푸른솔 신인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노익장을 과시 하던 홍선생님, 따뜻한 정으로 보듬고 격려하여 주던 큰 언니 정인선생님, 과묵하지만 농담 한마디로 분위를 화기애애하게 바꾸어주던 최선생님, 낭만적인 감정의 소유자 파인선생님, 버스를 세 번씩 갈아타며 먼 길 마다않고 참여하는 만년 소녀 랑랑 선생님, 서로 격려하며 보듬어 주던 문우님들의 정을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생각나는 다정한 분들이다

 

작가회가 발족 되면서 나는 푸른솔문학 초대 작가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점차 등단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행사 활동을 통하여 푸른솔문학 작가회가 기틀을 잡아갔다. 문학기행차 괴산 청천 덕평에서 반딧불로 쓰는 여름밤의 수필 특강을 들으며 제1회 반딧불 축제를 개최 하였다. 반딧불이는 볼 수 없었지만 원두막에 둘러 앉아 촛불을 밝혀 놓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첫사랑 이야기는 밤새는 줄 몰랐다. 그 뜻을 모아 동인지 창간호 반딧불을 출간하여 해마다 작가회 동인지가 발간되고 있어 9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내가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도 십년이다. 많은 작품을 발표하진 못했지만 수필을 쓰면서 내 인생을 곱게 가꾸며 살아온 것에 대하여 감사하다. 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노년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올 해로 푸른솔 문인협회가 창립 된지 20주년이 된다. 우리 문학회가 이젠 지방 아니 전국의 명망 있는 문학회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이끌어 주시는 김홍은 교수님의 지도하에 수많은 선후배님들과 회원들의 폭넓은 활동을 통하여 문학회를 빛내주고 있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푸른솔 문인협회 20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