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소리 / 함 민 복
사람 소리 / 함 민 복눈이 내렸다. 사람 발자국을 간신히 남길 정도의 자국눈이다.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눈이 와도 빗자루 들고 눈 치울 마당도 없이 살고 있다니. 참 한심한 시골살이다. 새벽 이웃집에서 눈을 치우는 비질 소리와 넉가래 미는 소리는 차고 맑게 들리지 않았던가.그 소리가 들리면, '또 눈님이 오셨군.' 혼잣말을 하며 잠을 개켜 유리창에 올려놓던 그리운 옛집, 눈 내린 새벽 장갑과 모자를 준비하고 마당으로 나가 찬 공기부터 한 큰 숨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개집 지붕을 쓸어주었다. 난데없는 사방 은세계에 어리둥절한 똥개의 눈빛, '야, 길상아, 너는 핵 개니까 눈을 잘 모르겠구나. 이게 눈이라는 것이다.' 세월을 조금 더 살았다고 잘난 척을 하며 눈을 가르쳐 주었었지. 그러다가 집 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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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25. 17:11